중국

타클라마칸 일기3

하피즈 2010. 8. 16. 15:16

 

 

 

 

 

 

사막으로 떠나며 준비한 것들


       여권, 돈, 여행 안내책자, 카메라, 선크림, 옷과 신발 등등...

      여행을 떠나며 준비해야할 것들을 앞에 두고 무력해졌다. 이것들이 과연 사막에서 필요할까?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이라는 사뭇 진지한 명제 앞에서 이것들은 사소했다. 가지고 갈 수 있는 것, 꼭 가지고 가야하는 것, 없으면 엄청나게 곤란할 것들의 명단을 추려본다.

 

 

신장 지역을 여행하는 자전거 여행자

 

 


      여권, 돈, 여행책자, 여분의 옷가지 등이 줄줄이 탈락하고 그동안 별 존재감이 없었던 물, 쌀, 반찬, 나침반, 지도 등이 강력한 동반자로 떠오른다. 물론 여기에 텐트, 매트, 버너와 코펠, 연료(가스), 스패츠(모래방지), 비상식량이 추가된다. 가장 큰 고민은 물이다. 400km를 20일간 걸어야 하는 6명의 인간에게 필요한 물의 양은 얼마나 되나?

 

 

 

 

 


   몸을 씻거나 그릇을 닦는 사치는 꿈도 꿀 수 없다. 참고로 세수와 설거지는 새까매져 물기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사용했던 ‘물티슈’를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배설을 할 때도....사용한 물티슈는 모두 태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막에서 원칙적으로 죽은 나무 가지는 물론 이런 것조차 태우면 안 된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발명품에 투표하라면 우리 일행 모두 ‘물티슈’에 몰표를 던졌으리라 확신한다. 이 자리를 빌어 물티슈와 관련된 모든 업계 관계자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차마시는 위구르 노인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물의 양은? 1인당 최소 물 소비량 1일 4리터. 한국에서 일명 ‘햇반’이라는 즉석 밥과 건조 비빔밥, 라면, 난 등이 우리 주식이다. 그리고 견과류 등에서 약간의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 6명 X 4리터 X 20일 = 480리터.
  • 500ml병으로 생수병으로 따지면 960병.

    거기에 비상식수까지 포함하면??? 

    결론 : 답이 안나온다...

 


여분의 자동차용 연료와 텐트 4동, 먹을거리, 촬영장비 등을 싣고난 9인승 승합차에는 물은 커녕 사람 여섯이 타기도 비좁다. 아니 불가능하다. (30년 전 일본 NHK 실크로드 촬영팀은 불과 일주일 동안의 니야,누란 유적 촬영에 1톤이 넘는 탱크로리 차량을 끌고 갔다.) 

 

 

 

 

 

위구르 시골마을 점빵


 

너무 준비가 부실하고 주먹구구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극한의 사막을 걷는다느니 생존의 문제가 달렸다느니 이런 절심함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다. 딴 세상일일 뿐이다. 도보 루트를 가능한 사막 공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충 문제는 해결된다. 생명을 걸어야 하는 도박도...길을 잃을 위험도...


 

 

허톈의 야시장/ 세상 어떤 포도보다 달고 값도 싸다

 

 

 

      나머지 부족한 열량과 영양 보충할 수 있는 군것질 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호탄 시장으로 간다. 날이 건조하고 태양이 뜨겁기 때문에 신장 위구르 지방의 말린 과일과 견과류는 맛이 매우 훌륭하다. 건포도와 말린 살구, 호두와 아몬드, 해바라기 씨, 수박씨 등 가볍고 보관이 편하고 열량이 높으면서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씨앗과 말린 과일을 사고 나머지는  라면과 과자, 소금에 절인 야채를 시장 바구니에 담는다. 물론 이런 먹을거리들은 다시 호탄에 차로 돌아와 준비해야 했다. 

 

 

 

 

 매일 아침 구워내는 난

 

 

 

      여기에 또 하나 덧붙이자면 ‘난’이란 음식이 있다. 인도나 중동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난’이란 음식은 쌀보다 밀을 주로 재배하는 건조 지역에서 즐겨먹는 밀가루 빵이다. ‘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위구르 사람들도 이 난을 주식으로 먹는다. 그들에게 ‘난’은 ‘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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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텐 시내 골목

 

 

      허톈에 도착한 이틀째 아침. 원정팀의 일원이었던 K씨가 동행한 방송사 취재를 거부하던 끝에 후배와 다툰 후 짐을 꾸려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 부담스러운 일이다. 갑작스런 합류는 그렇다 치고 익숙했던 인터뷰어에서 인터뷰이로의 변신도 어색한 일이다. 게다가 C씨의 돌연한 반응으로 미안함과 동시에 원정팀의 공백을 메워야한다는 일종의 책임까지 떠맡게 된 것이다. K씨 대신 GPS 수신기 사용법과 헤어졌을 때 통신방법을 모의실험하고 지도를 위성지도를 입력 후 점검했다. 드디어 떠나기 하루 전....사건은 항상 엉뚱한데서 터진다.

 

 

(다음 편 예고 .... 호텔로 쳐들어 온 중국 사회안전국 수사관과 방첩 담당 군인들...

갑작스런 간첩혐의와 호텔 억류 당해 카메라와 장비 모두를 압수당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