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골목기행- 꽃의 거리, 기온

하피즈 2011. 5. 18. 17:48

 

 

 

 

기온紙園은 교토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꽃의 거리, 하나마치花街다. 교토에는 소위 화류계라 부르는 6대 하나마치가 있었다. 기온과 기온 히가시紙園東, 미야가와초宮川町, 본토초先斗町, 가미시치켄上七軒, 시마바라島原이 그 곳이다. 지금은 기온의 붉은등만 홀로  교토의 밤을 밝힌다.

 

 

기온 거리의 마이코舞技

 

오차야 입구

 

 

 

 

 

외국 여행자는 물론이고 일본 여행자들도 이 거리에 오면 반쯤 얼이 빠진다. 하나마치의 꽃 게이샤 때문이다. 게이샤는 교토에서 게이코藝子 상으로 통한다. 교토의 자존심이다. 본색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새하얀 얼굴에 봄 날 벚꽃색으로 물든 분홍 뺨, 그리고 피보다 진한 붉은 입술...딸깍대는 게이코의 나막신 소리가 기온의 밤을 깨운다.

 

 

 

 

시조다리 건너편에서 본 기온

 

 

교토의 중심가 인 기온 시조역에서 내려 가모가와鴨川 동쪽으로 걸어가다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기온이다. 일찍 서두를 필요는 없다. 무더운 여름이라면 가모가와 강에 발을 담그고 해가 지길 기다린다. 기온의 본 모습은 밤에 만날 수 있다.

 

 

 

 

 

 

간혹 거리에서 전통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들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교토 밤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게이코는 아니다. 나이가 든 사람도 있지만 꽤 젊은 여성들도  보인다. 화려한 기모노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현실적인 득도 있다. 교토에서는 전통 일본 복장을 여행자에게 각종 입장료 등 할인 혜택을 준다. 모 호텔에서 한복을 홀대하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게이코를 만나려면 기온 코부甲 앞이나 기온 히가시 쪽으로 가야한다.  옛날식 오차야お茶屋라는 술집들이 거리 양편으로 늘어서 있다. 오차야는 게이코의 음악과 춤을 보며 술을 마시는 곳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만만하게 들어설 만큼 오차야의 문턱은 낮지 않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오차야에 함부로 들어설 수 없다. ‘처음 온 손님은 사양한다. 一見さんお斷り’는 불문율 때문. 말로 그치는 예의가 아니라 매우 단호하다. 그 집의 단골 손님의 소개 또는 동행을 해야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술값도 호되게 비싸다. 한 사람당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술값을 치르는 방식도 독특해 술을 마신 후 며칠 뒤에 보내는 것이 관행이다. 

 

 

 

 

 

 

 

일본 사회에서 교토의 오차야를 출입할 정도라면 출세한 남자로 인정받는다. 심지어 2005년 경 교토를 처음 방문했을 때 만난 젊은 공무원이 자신은 오차야에 들어갈 수 있지만 너는 못 들어간다고 은근히 자랑할 정도였다.

 

 

 

 

일본 사회에서 오차야는 권력의 음지에서 성장했다. 에도시대에는 무려 500여개의 오차야가 번성했다. 당시 이 거리에는 1,000명에 달하는 마이코와 게이코가 활동했다. 이후 메이지 유신과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몰락의 길을 걸어 한 때 50명에 불과할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들 게이코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기온 코너

 

여행자를 위한 맛보기 게이코 무대도 있다. 기온 거리를 남쪽 끝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관광버스가 줄어서 서는 곳, 기온 코너가 그 곳이다.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면 거의 예외없이 기온코너를 방문한다.  이곳에서는 일반 여행자를 위해 게이코의 모습을 아주 약간 감질나게 보여준다. 물론 게이코의 춤과 노래를 제대로 들으려면 오차야를 방문하지만...또 다른 방법도 있다. 매년 봄 벚꽃이 필 무렵 열리는 미야코 오도리와 늦 가을에 열리는 기온 오도리에서 게이코를 만날 수 있으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기온 코너에서 공연하는 마이코

 

 

기온 코너의 무대에 서는 이들은 마이코舞技다. 마이코는 게이코 수업을 받는 수련생을 말한다. 게이코가 되기 위해서는 춤과 노래, 사미센 연주는 기본이다. 다도와 서예에서 화술과 교양까지 갖추어야 제대로 된 게이코로 인정받는다. 나츠메 소세키와 다자키 준이치로 등이 단골이었던 일명 문학 게이코도 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등장 인물도 소설가인 자신과 게이샤다.

 

 

 게이코와 마이코

 

마이코에서 게이코가 되는 나이는 대개 21살 전후다. 마이코를 수련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장인의 기모노는

1억이 넘는 것들도 있다. 게이코와 마이코를 구별하는 법은 기모노를 두르는 띠, 오비帶로 구별한다.

마이코의 오비는 무척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반면 게이코의 오비는 수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보통 10대 중반에 마이코로 입문해 5~6년간 엄한 수련을 거쳐 게이코로 성장한다. 머리를 짓누르는 가체-얹은 머리장식-와

걷기조차 힘겨울 정도로 무거운 기모노, 거기에 15cm가 훌쩍 넘는 나막신을 끌고 춤을 춰야한다.

춤은 흥보다는 엄격한 정형이 세계에 가깝다. 게이코가 되면 속세를 떠난 종교인처럼 이름도 버리고 완전히 게이코로 다시

태어난다. 게이코는 결혼을 하면 은퇴해야한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35살이 넘으면 거의 은퇴해 후진양성을 하거나 오차야와

비슷한 술집을 경영한다.

 

 

 

 

거리에서 운 좋게 마주친 마이코

 

 

외국 여행자들이 교토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일본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들이 가진 ‘일본적’이라는 환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이 일본적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할 만큼 나는 일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교토는 분명 일본적이기는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나타내기엔 뭔가 현실감이 부족하다. 일상이 느껴지기 보다는 커다란 무대,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잘 연출된 일본판 트루먼 쇼 안에 들어온 것처럼...

 

 

 

 

 

                                    기온 코너 만난 마이코, 그녀들과  一問一答

 

가쓰토모佳つ智씨 마메토리 豆十三씨

 
  

 

Q. 언제 마이코에 입문했나?

마메토리 : 5년 전 15살 때

가쓰토모 : 3년 전

 

Q. 왜 마이코를 하게 되었나?

(마메토리) TV 다큐멘터리를 본 후 게이샤의 삶을 동경했다.  사람들 앞에서 내 재능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메토리

 

 
 

 

Q 집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가쓰토모) 처음에 어머니는 찬성했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수련과정이 매우 힘들고 정상적인 가정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해서... 하지만 어머니는 여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용기를 주었다.

 

Q 마이코를 수련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가쓰토모) 악기나 춤을 배우는 수업이 매우 어려웠다.

 

Q 이 일에 보람을 느끼는가?

(가쓰토모, 마메토리) 매우 만족스럽고 재미있다.


 

 


 


 

 

 

 

 

 

Q 한류가 일본에서 인기 있다는데 혹시 한국 연예인을 아는가?

(마메토리) ...한국 연예인 공유가 나오는 드라마를 봤고 그의 팬이다.

 

Q 앞으로 꿈은?

(두 사람 모두) 훌륭한 게이코가 되는 것.


 
 촬영협조  : 간사이광역기구 "간사이윈도우" http://www.kippo.or.jp/index_k.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