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고등어 회를 곁들인 각재기국

하피즈 2011. 9. 15. 23:02

[각재기국]

 

 

 

 

 

 

무슨 맛이 이렇지?

어떻게 지구에서 이런 맛을 낼 수 잇는걸까?...

생전 처음 맛보는 국물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진정 이 국물이 전갱이에서 우러난 맛인가?

얼갈이와 홍고추 마늘 된장 그리고 전갱이만으로

이런 맛이 낼 수 있다니 좀처럼 믿겨지지 않습니다.

 

 

 

 

 

 

 

 

 

돌하르방 식당은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식당입니다.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몰려와

점심 시간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주문을 할 수 있지요.

물론 가장 사랑받는 음식은 각재기국입니다.

 

 

 

 

 

 

 

 

각재기 국을 주문하면 기본으로

고등어 조림이 밑반찬으로 상에 오릅니다.

 

 

 

 

 

 

 

 

역시 바다가 가까워서 일까요?

멸치젓입니다.

전갱이 살이나 고등어를 멸치젓에 적셔 먹으면

고소하고 짭쪼름한 맛이 더하지요.

 

 

 

 

 

 

 

 

또 하나 매콤한 노란조기 조림도

기본 반찬 중 하나이고...

 

 

 

 

 

 

 

4인 이상 주문하는 밥상에는

고등어 구이가 추가로 제공되지요.

사실 고등어 구이만으로도 한끼 밥 반찬으로

충분하지 않던가요?

그러나 식탐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돌하르방 식당의 비장의 레시피...

'촐레'입니다.

역시 기본 반찬으로 제공되는 음식인데

깍두기만한 크리고 썰은 무에 멸치젓을 넣어 보글보글 끓인

뚝배기입니다.

역시 제주에서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음식입니다.

제주에서는 멸치젓국을 재료로 멜국과 촐레를 만들어 먹습니다.

 

자... 여기에 주문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바로 돌하르방의 필살기인 고등어회죠.

 

 

 

 

 

 

 

 

주인장이 직접 회를 떠서 상에 올리는데

일단 맛을 둘째치고 가격에서 놀랍니다.

고등어 한 손이 고스란히 담긴 회 한 접시에 만오천원입니다.

 

 

 

 

 

 

 

한국전에서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으신 분입니다.

 

 

 

 

 

 

 

 

 

 

 

 

완성된 고등회 한접시 입니다.

서울에서도 제주XX라는 음식점에서

고등어 회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호되게 비싼 가격이지요.

 

고등어는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들만큼이나

성질이 급해 어지간해서는 활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부패도 어느 생선보다 빠르지요.

그래서 배가 아니라면 고등어회를 맛보기 어렵지요.

한마디로 귀한 음식입니다.

앞서 말한 제주XX 음식점에서 고등어 회 맛을 처음 봤을 때

왜 이토록 비싼 돈을 내고 물컹하고 비릿한 고등어회를 먹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돌하르방에서 고등어회를 맛본 후

고등어회에 대한 내 고정관념은 모두 폐기했습니다.

고등어 한 점이 혀에 닿은 순간 거짓말처럼

스르르 녹으며 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생선 지방의 특유한 고소함이 입안에 남았지요.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한 회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고등어를 대표햇던 비릿함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입니까?

고등어 회 두점 째를 음미하는 동안

수많은 고등어회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 ,이제 메인 메뉴...각재기 국입니다.

 

 

 

 

 

 

 

 

너무 뜸을 들인 탓 일까요?

배는 이미 고등어 구이, 조기 조림, 고등어 회로

적당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질 무렵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각재기 국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색깔은 맑은 국처럼 보얗고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다진 마늘과 홍고추 양념을

한 수저 듬뿍 퍼서 뚝배기에 풍덩 넣고

수저로 휘휘 젓습니다...

그리고 한 수저 국물 맛...

김혜자 씨의 멘트가 절로 터집니다...

아 ...국물 맛이 끝내줘요...

가히 국물맛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감칠맛이

국물에 살아 있습니다.

그래 이 국물 맛이야...

왜 이런 국물 맛을 낼 수 없는거지?

세상에 모든 MSG...글루탐산나트륨은

실제 이 맛을 흉내낸 카피 맛에 불과합니다.

 

1950년대 2차 대전 패망 이후

신선한 식재료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일본의 어느 화학자가 기적의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시마의 점액 성분에서 우려낸 맛의 성분을

농축하고 또 농축해 만든 결정이

바로 지금 조미료의 원조인 글루탐산 나트륨입니다.

당시 이 조미료 한 스푼을 만드릭 위해서

엄청한 다시마와 멸치가 희생되어야 했을 정도로

이 기적의 재료은 모든 맛의 근원,

맛의 깊고 깊은 숨겨진 비밀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앗지요...

이 기적의 맛을 발명한 화학자는

'아마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감칠맛이지요.

잘 아시겠지만 조미료의 원조인 '아지노모도'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겁니다.

(아지노모도의 가장 큰 공은

맛은 물론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은 식재료의

맛을 아주 훌륭하게 은폐할 수 잇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식당 주인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얻을 수 있었지요. 싸구려 아니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식재료로도

굉장한 맛을 낼 수 잇었으니까요...)

 

 

 

 

 

국 안에 담긴 전갱이 한점...

 

 

 

 

바로 그 감칠맛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각재기국은 명확한 맛의 정의를 내려줍니다.

맛의 뒤끝이 흐려지지 않고 잡 맛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좋은 맛은 단순하면서 깊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명료합니다.

 

 

 

 

 

 

 

 

 

쌀과 보리, 팥이 고르게 섞인 잘 지은 밥에

 

 

 

 

 

상추에 밥 반수저 만큼 올리고

멸치젓국을 조금 곁들인 후

고등어 조림과 마늘 한 점을 막장에 묻혀

잘 싸서 한 입에 넣습니다...

 

입 안의 변화는 각자 상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