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고양이를 위한 테라스

하피즈 2012. 3. 8. 14:51

 

 

 

스위스 레만호에 가면 <쁘띠 메종>이라는 작은 집이 있습니다.

1924년 르 꼬르뷔제가 그의 어머니를 위해 지은 작은 집이지요.

꼬르뷔제는 이 집을 작은 집이라 이름지었지만 사람들은 <어머니의 집>이라 불렀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꼬르뷔제의 어머니가

이 집에서 101살까지 장수를 하며 돌아가시기까지

무려 36년을 이 집에 살았기 때문이지요.

 

  

<작은 집>에서 바라 본 레만호의 풍경

 

 

 

그런데...

꼬르뷔제의 이 집은 겉보기에는

거장이 지은 집이라 보기엔

너무나 보잘 것 없고 단순해 보입니다.

 

 

 

꼬르뷔제가 이 집을 설계하기 위해 스케치한 그림인데요.

집의 구조는 단순한 직사각형인데다...

넓이도 불과 60제곱미터 약 18평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서민주택이라고 하는 24평에 못미치는

정말 '작은 집'이지요.

 

 

 

어떻게 보면 몰개성적인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꼬르뷔제는 왜 이런 평범(?)하고

단순한 구조의 집을 자신의 부모를 위해 지었을까요?

이 집을 지은 배경에는 꼬르뷔제의

건축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꼬르뷔제에게

"집은 거주하기 위한 기계"입니다.

공간을 헛되게 차지하는 부분을 모두 잘라버리고

단순화합니다.

집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를 어떻게

조합해야 기능적이고 쾌적한 거주 공간으로 완성될지가

이 집의 과제이고 테마였지요.

그럼 완성된 집의 평면도를 볼까요?

 

  

 

 

어떤가요?

남쪽으로 레만호가 보이고

북쪽 현관을 통해 집으로 들어서면

침실, 오른쪽에 부엌과 다용도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왼편에는 거실과 게스트룸이 자리를 잡고 있지요.

게스트 룸 바깥에는 정원이 보입니다.

 

 

 

 

피아노와 의자가 있는 거실입니다.

왼편에 길게 수평으로 배치된 창에서 빛이 쏟아집니다.

이 창은 꼬르뷔제가 자신감을 갖고 설계한 부분입니다.

 

 

창의 측면도

 

거실에서 침실까지 무려 11m에 이르는 긴 창입니다.

1924년에 설계된 집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구조입니다.

조적조의 집에서 가로로 길게 창을 낸다는 것은

상식과는 상반되는 일이었지요.

 

 

 

 

이 긴 창을 통해 레만호의 풍경과 빛이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거실에서 침실, 욕실까지 창문이 연결됩니다.

거실에서 침실을 지나 세면실과 욕실의 한 구석을 지나서

욕조 옆의 문을 열며 창고 겸 세탁, 건조실로 이어집니다.

그야말로 쓸모없는 공간은 한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지요.

 

 

 

사실 제가 이 집에서 놀라움을 느낀 점은

꼬르뷔제가 의도했던 건축적 산책로

<회유성있는 연속적 공간>이 아닙니다.

위 사진에

작은 정원으로 활용한 옥상이 보이지요? 

사진 하단에 창이 보입니다.

바로 동쪽에 배치된 게스트 룸에 달린 창이지요.

 

 

 

 

 

안에서 본 창인데요...

아침 햇살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창입니다.

지붕에서 유독 이 부분만 높게 설계되서

수평이 강조된 이 집에 <높이감>을 주고 있습니다.

 

 

 

증축한 게스트룸을 보면

창 옆에 의자가 보입니다.

아래 상자가 보이지요?

물론 전방을 보기위해

설치한 것인데...차라리 창을

크게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요? ^^

 

 

 

창에 대한 꼬르뷔제의 재미있는

생각이 드러난 창이 또 하나 있는데요

정원의 담에 설치된 개 의자입니다.

개가 바깥을 볼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아래 사진인데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보면

캣 워크 (catwalk 건물 밖이나 다리 등에

만들어져 있는 좁은 보행자 통로) 위에

묘한 구조물이 보입니다.

어떤 건축적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한데... 



무엇으로 보이나요... 






왠지 들고양이를 위한 테라스로

보이지 않나요?

개와 고양이의 기분까지도

배려하는 인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출처 : <집을 순례하다> 나카무라 요시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