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즐거운 왕따 ^^-산크리스토발 카사 카사

하피즈 2012. 6. 12. 11:24

.

.

[ 왕따는 즐거워^^ ]

.

.

.

숙소를 옮겼다.

리오 아마리요라는

강이 흐르는 곳으로...

...

라고 하면 정말 멋질 것 같지만

실재는 이렇다.

.

.

.

리오 아마리요 강/ 개천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는가?

.

.

.

어제 산크리스토발에 도착해서 

묵었던 '가네샤'는 사실

예정에 없던 곳 이었다. 

.

.

.

 

 

.

.

.

단지 바로 이 곳 '까사 까사'라는 

일본인 숙소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네샤로

갔던 것 !!

.

.

 

 

.

.

왜 그토록 일본인 숙소를 

사랑하는가? 묻지말라!

가네샤가 하루 110페소이고

이곳는 하루 50페소인데(게다가 5일 묵으면 하루 꽁짜!)

.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를 가겠는가?

값싼 숙소를 기준으로 

한다면 나는 기꺼히 친일파다. 

.

.

.

.

.

여기는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없다

다 주인같다.

모두 여행자지만

오래 머문다.

.

.

.

.

중심가에서 한참 떨어져

마야인 원주민 촌 바로 건너 편인데다

정상적인 숙소라고 부르긴 어려운...

차라리 합숙소라고 하자. 

.

.

.

.

가네샤에서 하루를 묵고

한참 변두리에 붙어 있는

이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단 하나 남은 침대를 차지하고 말았다.

숙박계를 내밀기에 

이름과 주소 국적, 여권번호를 술술 적어가다

직업란에서 막히고 말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no job이라고 적었더니

숙박계를 내밀엇던 일본 여인이 웃는다.

그녀는 마야인을 닮았다. 

 .

.

.

. 

멕시코 시티의 펜션 아미고는 기업이고

까사까사는 가내 수공업이다.

규모도 그렇고 인적 구성도 그렇다.

.

.

.

.

숙박계를 내민 일본 여인 미하루가

어린 애를 부둥켜 앉고 밥을 먹인다.

거리에서 만낫던 인디오를 꼭 닮았다.

누구 아이냐고 물엇더니 자신의 아이라고 대답한다.

차마 아버지는 어디 있냐고 묻지 않았다.

미하루도 여행자 일 뿐이고 그녀의 아이는 여행자가 낳은 아이다.

.

.

 

.

.

여기도 방이 여러개 잇는데

남자 방 앞 복도에 펼쳐진 텐트도 그런 방 중 하나다.

더 싸다. 하루 30페소 2,400원 이 방의 주인은 아스카란 처녀다.

.

.

 

.

.

.

문 앞에는 여행이라기 보다

생활의 흔적이 주렁주렁 메달려 잇다.

제대로 생활을 해보지 않은 내가

갑자기 생활을 하고 싶어졌다.

.

.

.

.

빽빽대는 아이 소리가 들린다.

이층과 연결된 복도 아래서다.

바로 이 녀석.. 미하루의 아이 롄이다.

.

.

.

.

보통 짖궂은 게 아니다.

맨발로 길바닥을 누비고 다니는 건

물론 비가 오니 물장난으로 온통 옷을 적신다.

미하루의 교육방침은 자유 방임형이다.

.

.

.

.

바로 이 녀석 롄은 계집애가 아니라

사내 녀석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집아이 이조와

간난 아이가 또 하나

이건 뭐...까사가사에는 애들이 무려 셋이다.

주인을 비롯한 나그네가 열 둘.

.

.

.

.

나는 이 곳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고

유일하게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하나이기 때문에 

나의 한국어는 쓸모없다.

마치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처럼 산다.

.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롄과 이조 이 녀석들 둘이 무지하게 옆에서 장난을 친다)

스페인어를 배워야 하는데

멕시코에서 엉뚱한 일본어를 배우는게 아닌지

참 걱정스럽다.

.

.

.

.

. 한국어를 쓰는 마지막 인간답게

열심히 생존하려고 시장에 갔다.

멕시코 시티에서 샀던 오투기 라면이 4개 밖에 남지 않았다.

.

.

 

.

.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든 

산 크리스토발에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여행을 떠난지 근 두 달 만에 전화기가 울렸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더니 kt 미납 독촉 전화다.

빚쟁이들은 지구 끝가지 쫒아온다더니... 공손하게 전화를 받앗다.

여행 끝난 뒤 1년뒤에 돌아가서 갚겟다고...

.

.

.

.

뭘 해먹을까 고민하다 김치를 담그기로 햇다.

그런데 배추가 보이지 않는다.

.

.

.

.

겨우 겨우 시장을 뒤져

김치의 기억을 되살려

김치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재료들을 사 모아보니

배추 대신 양배추

파 대신 양파

무 대신 홍당무

고추가루 대신 뭔지 모를 칠리 파우더

새우젓 대신 말린 새우

.

.

 

완벽한 fake김치 재료들이다.

일본애들이 학구열에 불타는 눈빛으로

김치 만들기를 바라본다.

.

.

.

.

일단 양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내일 ...

사상 초유의 멕시코 산 짝퉁 김치를

보여주고 말겟다.

.

.

.

.

지들끼리 저녁을 맛있게 해잡숫는다.

김치가 완성되면 니들의 세상은 다 끝났어.

모두 김치 앞에 무릎 꿇리고 말리라!

.

.

 

 

.

.

.

젊은 일본 부부 히데와 하나의 아이들

이조와 갓난이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