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주지육림 酒池肉林
하피즈
2012. 9. 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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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육림 酒池肉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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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본디 고기 없고 술 없는
밥상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패악한 자다.
하 나라 걸왕이나 은 나라 주왕 만은
못하여도 삼시 세끼니
하다못해 진주햄 소세지라도
캐찹에 찍어 좝숴야
'밥 자셨다!' 이쑤시게 입에 물고
거들대며 동네를 활보하였다.
그런 내가 요즘 꼴이 아니다.
평소 기름에 튀긴 음식은
천것들이나 먹으라 천시하고
토마토는 과일도 채소도 아닌 것이라
경시하고
밀가룻 것들이야
양놈들 풋내 난다 좌시하던
내가!!!!조석으로
싸구려 만두 비슷한 튀김이나
빵 쪼가리와 토마토 조각을
입에 달고 다닐 줄을 누가 알앗던가?
한국에서 고기 사주던 이들의 손길이
남미에 미치지 못해
풀떼기로 연명하다
도무지 허리춤 흘러내려
추한 꼴 보일 지경이니
오늘은 아니 되것다 싶어 작심하고
환장할 만한 냄새를 풍기는
좌판을 지나치지 못해
돼지고기 꼬치구이 넉점을
거금 7,500페소 (5,000원)에 사서는
맥주 깡통 두 개와 함께 먹었더니
취기가 올라 뵈는게 없더라...
과테말라를 떠난 후
고기같은 고기는 근 달포 만의 호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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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지육림의 시절이 그립고나!
고향에서 사시는 이들이여...
잘들 고기 자시며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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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주엘라와 콜롬비아는 물가가 오라지게 비싸다...돼지 꼬치 넉점에 오천원이라니...ㅠㅠ 당분간 고기 구경은 하기 힘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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