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D+7

하피즈 2012. 11. 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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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 +7 ]

20121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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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 건 나는 일주일 쯤 머물면 지루해진다.

그럴 때는 마음이 꽂히는 곳에서 또 간다.

갈라파고스 바다 이구아나를 보고

육지에서 이주해 온 이 녀석은

한 시간 쯤 바다 속에서 머물수 있는 유일한 파충류라고 한다

나는 몇 백만년 쯤 이 지구에 머물러야

한 시간 쯤 물속에서 끄덕없이 견딜 수 있을까?

커트 보네것의 소설 <갈라파고스>를 보면

갈라파고스로 여행 온 한떼의 인간들이

인류가 모두 멸종된 후 오로지 살아남아

새로운 인류의 시조가 된다.

소설에서 그들은 3백만년 쯤 지난 뒤

(3백만년은 갈라파고스의 지질학적 생성 연대와 같다)

불필요하게 탐욕스럽고, 지능적이며,

타인을 기만하거나 속일 때 쓰는 교활한 두뇌를 버리고

단순한 기능만을 탑재한 소뇌의 인간으로 거듭 진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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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것의 <갈라파고스>를 덮고

내 자신의 진화를 위해

토르투가 해변을 걸었다.

지루해서 미치고 심심해서 미치고

소주가 마시고 미치고

다시 미치도록 권태로울 때까지 걸었다.

그러면 또 떠날 마음이 생길거다.

지는 해를 보며 또 아침을 기다리 듯이

정착하는 인간에서

방랑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나는 매일 매일 진화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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