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숲에는
끈끈한 어둠이 웅크린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간히 빛을 뿌려놓고
달아나는 차들은 소나무들의
야위고 굽은 어깨를 보여주곤 했다.
이 숲에서 그들은 여럿이었지만
구부릴지언정 기대거나 눕지는 않았다.
눅눅한 장막을 만들어내던 어둠들은
때로는 웅웅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몰려다니거나
뿌리 가까운 곳에 침울하게 누워 아침을 기다렸다.
어느 누구도 이 숲에서
큰 소리를 내어 웃거나
떠들지 않았다.
소나무들이 저희들 뒤로 불러오는
아침을 겨우 읽어낼 뿐이다.
숲은 늘 그렇게 푸른 아침을
준비해 온 것이다.
새벽에 떠나온 세상과 결별하고
나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