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앙 고성의 중심 쓰팡제
‘보통 사람이 지금이라고 느끼는 시간은 얼마인지 아시나요? 평균 8초입니다.’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보통 사람은 평균 8초 동안 지금이라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지금'은 몇 초인가?
시계가 또 섰다.
여행을 나올 때 마다 이상하게 한국에서 잘 가던 시계가 멈춘다.
그 때마다 고치지 않고 그냥 쓴다.
중국에 도착한지 보름 째 리지앙에 도착하자 시계가 돌연 서버렸다. 젠장... -.-;;;
오래된 주전자
어차피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고 시간이 남으면 산책하는 여행의 일상에
시계 따위는 별 쓸모가 없다. 간혹 차나 비행기 시간을 맞추어야 할 때면 넉넉하게
미리 가서 기다린다. 멈춘 시계를 배낭 깊숙한 주머니에 고이 모셨다.
유채밭에 세워 둔 자전거
시간은 지금이라는 1회용 종이컵에 담긴 과거와 미래다.
지금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시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리트머스다.
지난 시간은 붉은색으로 다가올 시간은 푸른색으로...
여행지에서는 그런 경계마저 불투명하다.
식당집 고양이
먼 옛날의 일처럼 흐릿하지만 갓 구운 빵의 냄새처럼 생생하고
아득히 먼 일 같지만 이미 오랜 기억과 같은
리지앙에서 시간도 그렇게 흘렀다.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그러나 어느새 뒤돌아보면 저만치 가있는 ...
리지앙의 좁은 골목은 즐거운 미로다.
윤기가 흐르는 오색석이 깔린 길들,
그 길 아래 흐르는 작은 내를 따라 걷다보면
고성을 그린 지도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길을 잃어도 불안하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리지앙에서 길찾기는 일종의 유희다.
리지앙에서 길은 A와 B라는 물리적 공간을 이어주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다.
가끔은 묵은 이끼를 뒤집어 쓴 기와나 나무기둥에 새겨진
나시納西문자를 마주친다.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상형문자가 태연한 얼굴로 말을 걸 때
21세기는 겨울 새벽 서리 낀 유리창에서 보는 풍경처럼 몽롱하다.
창에 비친 흐릿한 나는 엉뚱한 시간대에 불시착한 지구인이다.
센! 치히로! 어디로 갔니?
같이 숨자....
*
*
*
꽃등
또 하나의 꿈이 저만치 떠간다.
바다로 가는 꿈을 꾸고 있을까?
코 끝 아린 봄바람에 꽃등이 춤을 춘다.
야위고 어린 꿈들이 여기 있어요.
당신의 꿈도 찾아보세요.
꿈들이 모두 잠들기 전
저 꽃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야 하죠.
당신 마음에 숨은 꽃이 시들기 전에
자, 어서 불을 밝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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