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신의 '지금'은 몇 초?

하피즈 2009. 2. 3. 14:16

 

리지앙 고성의 중심 쓰팡제

 

‘보통 사람이 지금이라고 느끼는 시간은 얼마인지 아시나요? 평균 8초입니다.’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보통 사람은 평균 8초 동안 지금이라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지금'은 몇 초인가?

 

 

 

시계가 또 섰다.

여행을 나올 때 마다 이상하게 한국에서 잘 가던 시계가 멈춘다.

그 때마다 고치지 않고 그냥 쓴다.

중국에 도착한지 보름 째 리지앙에 도착하자 시계가 돌연 서버렸다. 젠장... -.-;;;

 

 오래된 주전자

 

어차피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고 시간이 남으면 산책하는 여행의 일상에

시계 따위는 별 쓸모가 없다. 간혹 차나 비행기 시간을 맞추어야 할 때면 넉넉하게

미리 가서 기다린다. 멈춘 시계를 배낭 깊숙한 주머니에 고이 모셨다.

 

 유채밭에 세워 둔 자전거

 

시간은 지금이라는 1회용 종이컵에 담긴 과거와 미래다.

지금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시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리트머스다.

지난 시간은 붉은색으로 다가올 시간은 푸른색으로...

여행지에서는 그런 경계마저 불투명하다.

 

 

식당집 고양이

 

먼 옛날의 일처럼 흐릿하지만 갓 구운 빵의 냄새처럼 생생하고

아득히 먼 일 같지만 이미 오랜 기억과 같은

리지앙에서 시간도 그렇게 흘렀다.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그러나 어느새 뒤돌아보면 저만치 가있는 ...

 

 

 

리지앙의 좁은 골목은 즐거운 미로다.

윤기가 흐르는 오색석이 깔린 길들,

그 길 아래 흐르는 작은 내를 따라 걷다보면

고성을 그린 지도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길을 잃어도 불안하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리지앙에서 길찾기는 일종의 유희다.

리지앙에서 길은 A와 B라는 물리적 공간을 이어주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다.

 

 

가끔은 묵은 이끼를 뒤집어 쓴 기와나 나무기둥에 새겨진

나시納西문자를 마주친다.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상형문자가 태연한 얼굴로 말을 걸 때

21세기는 겨울 새벽 서리 낀 유리창에서 보는 풍경처럼 몽롱하다.

창에 비친 흐릿한 나는 엉뚱한 시간대에 불시착한 지구인이다.

 

 

 

센! 치히로! 어디로 갔니?

같이 숨자....

 

 

*

*

*

 

 

꽃등

 

또 하나의 꿈이 저만치 떠간다.

바다로 가는 꿈을 꾸고 있을까?

코 끝 아린 봄바람에 꽃등이 춤을 춘다.

야위고 어린 꿈들이 여기 있어요.

당신의 꿈도 찾아보세요.

꿈들이 모두 잠들기 전

저 꽃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야 하죠.

당신 마음에 숨은 꽃이 시들기 전에

자, 어서 불을 밝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