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Carpe Diem! 베이징
병마용의 시선이 젊은 군인의 눈빛을 닮았다.
하나는 음식점 앞의 뚜쟁이처럼 서있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초상화를 지켰다.
뒤돌아보는 눈빛이 아직 한창 겨울이던 베이징 왕푸징 거리...
그곳에서 수많은 얼굴을 만났다
우리는 참 많은 얼굴을 가졌지
태어나고 성장하며 나이들고, 슬프거나 기쁜, 성내거나 감사하는
그래도 무대 뒤의 분장실로 돌아갈 때 쓸쓸한 이유는...
아무리 화려해도 혼자로 돌아갈 궁핍한 현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주어진 가면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 무기력한 때문일지도 몰라
우리 스스로 뒷모습 볼 수 없기에
뒤에 남겨둔 외로움 따위는 슬쩍 못본 척 했기 때문인지도 몰라
진지하게 나를 마주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라
그래서 돌아선 사람의 뒷모습은 늘 아리고 애절한 걸까?
베이징의 일상은 좀 시큰둥해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가졌지
그들은 도시를 닮았어
하루 종일 자금성을 돌았지만 남은 건 입장권 뿐...
고궁이 따분하다는 건 세계 어디나 똑같아
적어도 나에겐...
여행이 권태로울 때 시장이나 뒷골목으로 가지
낯선 자에 대한 땅콩껍질 같은 배타排他가 있고
그 안에는 고소한 호기심이 있어
동네 이발소에 불쑥 들어가
심심한 오후의 강냉이 같은 너스레를 떨다보면
더부룩하게 자란 여행의 쓸쓸함 따위는
하품과 함께 날아가 버려
나는 구경꾼이면서 구경거리지
나의 여행은 ‘Carpe Diem'이라는 말의 형편없는 오역에서 출발했어.
‘이 순간을 즐겨라!’ 정말 멋진 뜻인 줄 알았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되었지만
‘이 순간을 잡아라! (Seize)'라는 뜻이라더군.
내일을 기대지 말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는...
이런 젠장...
본 뜻을 알고 난 뒤의 황당함이란...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시작된 엉뚱한 여행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발견도 다를 바 없다고 우겨보지만
내 여행의 시작이 엉터리 였음은 부인할 수 없어
그래도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여행을 떠났으면 해
자로 잰 현실보다 유쾌한 오해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황당한 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사는 거 좀 오역이라도 좋아
카르페 디엠! 뉴욕!
카르페 디엠! 파리!
카르페 디엠! 베이징!
“If you listen real close, you can hear them whisper their legacy to you,
Go on, lean in. Listen. You hear it?
가까이 다가와 보렴, 그들의 속삭임이 들릴 것이다. 들리니?
Carpe, Carpe.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카르페 디엠 ,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989년 Peter Weir > 中 키팅선생/로빈 윌리암스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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