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안띠구아에서...

하피즈 2012. 7. 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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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띠구아를 떠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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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시로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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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에서 머물렀던 타시로 씨의 집 Casa Blanca

영화 제목과 같지만 그냥 하얀집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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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타시로 씨의 집에서 한 달을 묵었다.

한달 중 1/3은 방 안에서

또 1/3은 아래 부엌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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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로 씨의 집 3층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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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히도 해먹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또 잘먹어주는 이들도 많은 날들이다.

먹는 것을 밝히면 천해 보이지만

먹는 것을 나누면 귀해 보인다.

귀해 보이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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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 시장은 늘 풍성했고

그 곳에 갈 때마다 무수한 음식에 대한

상상이 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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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째날 물김치를 흉내 내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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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와 쇼라는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재미를

맛 보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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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리소 양파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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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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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주말에는

일본 여행자들을 꼬드껴

제법 그럴싸한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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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나는 타시로 씨의 집에서

'보스'로 통한다.

까놓고 말하자면

'꼰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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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통하지 않거니와

발음도 엉성한 애들이

'형'과 '옷짱'이란 말로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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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중 한 명이

오늘 내 머리를 깍아주었다.

이번 주말에 타시로 씨의 집을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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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을 위해

한일합작 명칭을 가진

'닭도리탕' 15인분을 준비했다.

물론 비용은 칼 같이 나누지만

'칼'은 내가 잡는다.

여행이 오래될수록

느는 건 마늘과 생강 다지는

솜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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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까지 통음을 했다.

녀석들은 나를 위해

금요일 송별 파티를 열어준단다.

여행자는 무릇

흔적도 없고 無迹

자취도 남기지 無跡

말아야 하건만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있어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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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띠구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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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는 화산이

둘러싸고 있다.

화산이 분화하며

토양에 화산재가 많이

섞였다.

질소가 많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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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띠구아 커피에는

화산의 냄새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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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피콩을 볶은 집을

단골삼아 드나들었다.

화산 냄새를 담은 커피와

카카오와 수제 초콜릿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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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처럼 잘 차려놓은

커피 전문점은 아니다.

천박스럽지 않고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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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볶을 게 아니라

커피콩을 볶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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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생짜를 씹어보면 콩처럼 비릿하고 씁쓸한 맛이 난다...

전혀 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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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이나

카카오가 우리 된장을 닮았다.

그리고 향기도 제법 텁텁하고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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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에서

자주 들렀던 카페 콘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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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구아에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집이 없다.

정직하게 커피를 심고

정직하게 커피를 내리고

삿되게 사람 눈을 현혹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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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정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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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에 10케찰...1500원 짜리

커피를 홀짝이며

스페인어 단어를 외우거나

엽서를 썼다.

안띠구아 커피란

정직한 화산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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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페인어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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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아구아 화산을 보고

달걀 한 개와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떼운 후

스페인어 학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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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노라는 학원으로

안띠구아에서 가장 저렴하다.

하루 4시간 일주일 개인 교습이

55달러

사람들이 과테말라

안띠구아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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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고 하지만

날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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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간혹

안띠구아가 한 눈에 보이는

십자가 언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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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열심히들 산다.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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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창가에 보니

풀벌레 한 마리가 간 밤 비를 피해

방으로 들어왔다.

학원에 갔다오니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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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 날

안띠구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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