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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띠구아를 떠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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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시로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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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에서 머물렀던 타시로 씨의 집 Casa Blanca
영화 제목과 같지만 그냥 하얀집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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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타시로 씨의 집에서 한 달을 묵었다.
한달 중 1/3은 방 안에서
또 1/3은 아래 부엌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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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로 씨의 집 3층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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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히도 해먹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또 잘먹어주는 이들도 많은 날들이다.
먹는 것을 밝히면 천해 보이지만
먹는 것을 나누면 귀해 보인다.
귀해 보이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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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 시장은 늘 풍성했고
그 곳에 갈 때마다 무수한 음식에 대한
상상이 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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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째날 물김치를 흉내 내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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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와 쇼라는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재미를
맛 보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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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리소 양파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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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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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주말에는
일본 여행자들을 꼬드껴
제법 그럴싸한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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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나는 타시로 씨의 집에서
'보스'로 통한다.
까놓고 말하자면
'꼰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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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통하지 않거니와
발음도 엉성한 애들이
'형'과 '옷짱'이란 말로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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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중 한 명이
오늘 내 머리를 깍아주었다.
이번 주말에 타시로 씨의 집을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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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을 위해
한일합작 명칭을 가진
'닭도리탕' 15인분을 준비했다.
물론 비용은 칼 같이 나누지만
'칼'은 내가 잡는다.
여행이 오래될수록
느는 건 마늘과 생강 다지는
솜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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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까지 통음을 했다.
녀석들은 나를 위해
금요일 송별 파티를 열어준단다.
여행자는 무릇
흔적도 없고 無迹
자취도 남기지 無跡
말아야 하건만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있어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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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띠구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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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는 화산이
둘러싸고 있다.
화산이 분화하며
토양에 화산재가 많이
섞였다.
질소가 많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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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띠구아 커피에는
화산의 냄새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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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피콩을 볶은 집을
단골삼아 드나들었다.
화산 냄새를 담은 커피와
카카오와 수제 초콜릿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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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처럼 잘 차려놓은
커피 전문점은 아니다.
천박스럽지 않고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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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볶을 게 아니라
커피콩을 볶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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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생짜를 씹어보면 콩처럼 비릿하고 씁쓸한 맛이 난다...
전혀 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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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이나
카카오가 우리 된장을 닮았다.
그리고 향기도 제법 텁텁하고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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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에서
자주 들렀던 카페 콘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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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구아에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집이 없다.
정직하게 커피를 심고
정직하게 커피를 내리고
삿되게 사람 눈을 현혹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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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정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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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에 10케찰...1500원 짜리
커피를 홀짝이며
스페인어 단어를 외우거나
엽서를 썼다.
안띠구아 커피란
정직한 화산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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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페인어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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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아구아 화산을 보고
달걀 한 개와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떼운 후
스페인어 학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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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노라는 학원으로
안띠구아에서 가장 저렴하다.
하루 4시간 일주일 개인 교습이
55달러
사람들이 과테말라
안띠구아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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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고 하지만
날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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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간혹
안띠구아가 한 눈에 보이는
십자가 언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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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열심히들 산다.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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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창가에 보니
풀벌레 한 마리가 간 밤 비를 피해
방으로 들어왔다.
학원에 갔다오니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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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 날
안띠구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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