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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도 맛이란...]
PUERTO BARIOS에서 다시 ANTIGUA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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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지요?
지난 주에는 푸에르또 바리오스라는
과테말라 동부의 항구에 머무느라
소식을 전하지 못했네요.
안띠구아로 다시 돌아와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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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에르또 바리오스는
미국 유나이트 후르츠가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바나나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항구다.
외국인 여행자라면
얼씬도 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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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심지어 론리 플래닛에서는
이 곳에 도착한다면 바로 떠나고
싶어진다고 표현된 도시다.
그런 뿌에르또 바리오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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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 15M
나무에서 바다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숲은 어둡고 눅눅하며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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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시티에서 동쪽으로 6시간
정글 속에 묻힌 마야 유적지 티칼에서
남쪽으로 3시간...
대서양은 동쪽으로 걸어서 10분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가 문득 떠오르는
과테말라에 한촌에 들어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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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배려로
Amatique라는 제법 근사한
리조트 일주일 숙박권이 생겼기 때문이다.
뿌에르또 바리오스 도심에서 차로 20분 쯤
자궁처럼 깊고 아늑한
밀림 안쪽으로 들어가면
열대가 점령한
스페인 교회 폐허,
파티오가 우울한 얼굴로 내비치고
그 안쪽에 아마띠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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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고풍스러운
성벽은 옛 식민지 시절
요새로 쓰였던 장소임을 대신
말해준다.
오랜 세월이 성곽을 허물고
잊혀진 그 곳에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리조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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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뿌에르또 바리오스는
앞 서 말한대로 전혀 볼 것이
없는 항구도시다.
멕시코 칸쿤과 비교할 수 조차 없다.
일주일간 리조트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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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일주일간 먹을 장을 본 후
리조트에 돌아왔다.
새삼스럽게 홀로
살기엔 지나치게 넓고
분수에 맞지 않음을 알았다.
마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처럼
어색하고 마음은 거꾸로 옹색해진다.
이렇게 큰 집인 줄 알았으면
아무라도 데려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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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해가 강렬하다.
오사와 마사치의 책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해서>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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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를 화폐이게 하는 것은
타자의 욕망이다."
...
내가 돈을 욕망하는 것은
타자의 타자에 대한
욕망을 전제로 한다.
...
그것이 바로 물신성의 기원...
이미 자끄 라캉은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
임을 간파했다.
어떤 대상을 욕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그 대상의 내적 성질이 아니라 타자로부터 욕망이
비롯된다는 사실
...
오사와 마사치는 라캉의 사유를
화폐 경제와 연결시켜
경계를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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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누구도 쉽게
알 수 없는 구조로 반복된다.
구조가 구조화된 구조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욕망을 소비하고
나는 욕망을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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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늘 뜨거웠고
밤에는 늘 비가 내렸다.
책이 더디게 나갈 때는
스페인어 단어를 암기했다.
동사 변화형이 끔찍하다.
절대 나이 들어서(?)
스페인어 동사 변화 따위는 외우지 않는게
안정된 노후 생활을
누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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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need와 욕망Desire은 구분된다.
둘 다 결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욕구는 단순한 부족함을 채우는 의지이고
욕망은 단순한 충족을 뒤로 미루고
충족에 대한 갈망을 연장시키는 의지다.
욕망은 욕구가 기묘하게 뒤틀린 것이며
욕구에 기생하는 메타적 욕구라 할 수 있다.
욕망은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다.
옷은 성적 욕구를 가로막는
무기물이지만
또한 성적 욕망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수단으로서 옷에 성적 욕망을 투사하면
페티시즘이 된다.
발터 벤야민은
"살아있는 것에서 패션은
사체의 모든 권리를 감지한다"라고 말했다.
무기적 존재인 옷에서 성적 어필을
느끼는 물신숭배야말로
패션이 유지되는 근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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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패션은 계급에 대한 표상이자
사회적 동기를 갖는다.
단순히 애인에게 섹시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옷에 잠재된 것 뿐 아니라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는
'허세'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최고의 브랜드는
인간의 허영심을 최대로 자극하는
코드다.
옷 또는 물질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려는 모든 시도는
군중 속의 고독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헛된 시도에 불과하다.
인간을 구별하는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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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불규칙 동사 15개를
외우려는 야망은 결국 실패했다.
변화형은 고사하고
기본적 의미조차 기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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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8일 만에 돌아왔다.
안띠구아는 여전하다.
화산도 폭발하지 않았고
2주전 담궈두었던
물김치도 여전히 건재했다.
당분간은
불규칙 동사에
지구의 명운을 걸어보기로 했다.
세상은 불규칙이 기준이고
규칙이 변칙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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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띠구아
화산 분화구에
구름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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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화산에 걸친
구름을
마실 때도 있다
그다지
긴장하면서 살지 말자...
그까짓 불규칙 동사 따위야
뭐라고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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