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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짓기가 어디 쉽나? ]
- 아구아 에스꼰디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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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집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지내던 옥탑 사글세 방
보증금을 빼서 여행을 떠났으니
문자 그대로
풍찬노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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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살 집을
자신의 손으로 짓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돈으로 사거나!
또는 남의 손을 빌려 지을 뿐이다.
물론 나 또한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당연한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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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언제부터인가 집은
효용 가치(사용 가치)보다 교환 가치로
더 평가받게 되었다.
집은 더 이상 주거 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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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얀 패밀리스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는 에스꼰디다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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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에게도 집이 있다.
그들에게 집의 개념은
바깥과 안을 구별하는 형식이다.
벽이 있고 문과 창이 있고
지붕이 있으면 집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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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꼰디다 마을 뻬뜨로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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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단지 비와 바람을 피하거나
벌레와 짐승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일터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거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면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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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꼰디다 마을 가는 길에서 본 빠나하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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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나하첼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마을
'아구아 에스꼰디다 Agua Escondida'에
<마얀 패밀리스>가 집 8 채를 짓는다.
물론 집 없는 마야인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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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빅, 브루스,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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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자재를 트럭에 싣고
아띠뜰란 호수 건너편
아구아 에스꼰디다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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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뜨로나의 집 신축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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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 집짓기에
빅과 브루스, 집과 내가 동원되었다.
거기에 <마얀 패밀리스> 소속
마야인 직원 2명...
모두 여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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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꼰디다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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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사람들이 집을 짓겠어?
자재나 대충 나르다 오겠지...
그런데 현지 마을에 도착해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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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건축 설계 도면이나
중장비, 인테리어, 마감재...
이런 개념이 참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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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 남짓한 네모난 땅이 있고
거기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블록을 쌓았다.
나름 기초 공사를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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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고 어른이고 여자고
할머니고 할 것 없이
모두 집 짓는데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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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망치, 톱이 장비의 전부다.
그냥 맨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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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잡은 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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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을 잡은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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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망치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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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집인지 양철집인지... 물론 화장실 없고 부엌, 거실, 방 겸용 공간이 하나...원룸형/ 그나마 집 모양새는 갖췄다.
예전 60년대 청계천 판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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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살던 마야인의 집은
그냥 거적떼기에 양철판을
대충 올려놓은 수준.
그것에 비한다면
블록으로 네모 반듯하게
쌓은 집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주택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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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지친 두 사람...빅과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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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칸 없는 사람이
자신의 집조차 짓거나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이 과테말라에 와서
생면부지의 마야인을 위해 집을 짓는다니...
개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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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과 짐은 망치를 잡고
브루스는 톱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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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사진을 찍은 시늉을 했다.
공작, 만들기.. 이런 것들에
대단한 '마이너스의 손'이다.
손만 댔다하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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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주인이 될 뻬드로나 가족/ 새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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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다보니
빅이 망치로 손가락을 두번 내리쳤고
브루스는 톱질을 한다며
사다리꼴 모양의 목재를 만들어냈다.
사실 그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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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치수를 쟀는데
나무마다 크기가 다르고
당연히 아귀가 맞지 않는다.
달리 목수가 있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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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그래도 참 열심히
반나절 동안 일을 해서
한쪽 벽 뼈대를 간신히 만들었다.
참 엉성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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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에 살 뻬뜨로나와
한쪽 발을 저는 그녀의 남편은
너무나 고마워한다.
이 집이 완성되면
뻬드로나 부부와 할머니
그리고 세 자녀가 함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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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칸 없는 내가
부러워 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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