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집짓기가 어디 쉽나?

하피즈 2012. 7. 28. 13:40

.

 .

.

[ 집짓기가 어디 쉽나? ]

- 아구아 에스꼰디다 마을

.

.

.

 

 

.

.

.

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집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지내던 옥탑 사글세 방

보증금을 빼서 여행을 떠났으니

문자 그대로

풍찬노숙인 셈이다.

.

.

.

 

.

.

.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살 집을

자신의 손으로 짓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돈으로 사거나!

또는 남의 손을 빌려 지을 뿐이다.

물론 나 또한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당연한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

.

.

 

 

.

.

.

하여튼

언제부터인가 집은

효용 가치(사용 가치)보다 교환 가치로

더 평가받게 되었다.

집은 더 이상 주거 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

.

.

 

마얀 패밀리스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는 에스꼰디다 마을 사람들

.

.

.

마야인에게도 집이 있다.

그들에게 집의 개념은

바깥과 안을 구별하는 형식이다.

벽이 있고 문과 창이 있고

지붕이 있으면 집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

.

.

 

에스꼰디다 마을 뻬뜨로나 가족

.

.

.

집은 단지 비와 바람을  피하거나

벌레와 짐승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일터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거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면

족했다.

.

.

.

 

에스꼰디다 마을 가는 길에서 본 빠나하첼 호수

.

.

.

빠나하첼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마을 

'아구아 에스꼰디다 Agua Escondida'에

<마얀 패밀리스>가 집 8 채를 짓는다.

물론 집 없는 마야인을 위해서다.

.

.

.

 

왼쪽부터 빅, 브루스, 짐

.

.

.

아침부터 자재를 트럭에 싣고

아띠뜰란 호수 건너편

아구아 에스꼰디다를 향해 달렸다.

.

.

.

 

 뻬뜨로나의 집 신축현장!

.

.

. 

 마야인 집짓기에

빅과 브루스, 집과 내가 동원되었다.

거기에 <마얀 패밀리스> 소속

마야인 직원 2명...

모두 여섯이다.

 .

.

.

에스꼰디다 마을 사람들

.

.

.

설마 이 사람들이 집을 짓겠어?

자재나 대충 나르다 오겠지...

그런데 현지 마을에 도착해보니

...

.

 .

.

.

무슨 건축 설계 도면이나

중장비, 인테리어, 마감재...

 이런 개념이 참 무색하다.

 .

.

.

 

.

.

.

 

두 평 남짓한 네모난 땅이 있고

거기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블록을 쌓았다.

나름 기초 공사를 한 것...

 .

.

.

 

.

.

.

그리고

애고 어른이고 여자고

할머니고 할 것 없이

모두 집 짓는데 매달린다.

.

.

.

 

.

.

. 

삽, 망치, 톱이 장비의 전부다.

그냥 맨주먹

 .

.

.

망치를 잡은 빅

.

톱을 잡은 브루스

.

역시 망치 ..짐

.

 

.

.

.

 

 

판자집인지 양철집인지... 물론 화장실 없고 부엌, 거실, 방 겸용 공간이 하나...원룸형/ 그나마 집 모양새는 갖췄다.

예전 60년대 청계천 판자집? 

.

.

.

 

원래 살던 마야인의 집은

그냥 거적떼기에 양철판을 

대충 올려놓은 수준.

그것에 비한다면 

블록으로 네모 반듯하게 

쌓은 집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주택인 셈. 

.

.

.

 

금새 지친 두 사람...빅과 브루스..

 .

.

.

집 한 칸 없는 사람이

자신의 집조차 짓거나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이 과테말라에 와서

생면부지의 마야인을 위해 집을 짓는다니...

개가 웃을 일이다.

.

.

.

 

 

 .

.

.

빅과 짐은 망치를 잡고

브루스는 톱을 잡았다.

.

나는 주로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사진을 찍은 시늉을 했다.

공작, 만들기.. 이런 것들에

대단한 '마이너스의 손'이다.

손만 댔다하면 망한다!!!

.

.

. 

 이 집의 주인이 될 뻬드로나 가족/ 새참 시간

.

.

.

집을 짓다보니

빅이 망치로 손가락을 두번 내리쳤고

브루스는 톱질을 한다며

사다리꼴 모양의 목재를 만들어냈다.

사실 그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다.

.

.

.

 

.

.

.

분명 치수를 쟀는데

나무마다 크기가 다르고

당연히 아귀가 맞지 않는다.

 달리 목수가 있는게 아니다.

.

.

.

 

 

 

.

.

.

하여튼 그래도 참 열심히

반나절 동안 일을 해서

한쪽 벽 뼈대를 간신히 만들었다.

참 엉성하게도...

.

.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에 살 뻬뜨로나와

한쪽 발을 저는 그녀의 남편은

너무나 고마워한다.

이 집이 완성되면

뻬드로나 부부와 할머니

그리고 세 자녀가 함께 살 것이다.

.

.

.

 

 

.

.

.

집 한 칸 없는 내가

부러워 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