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라다크

안나푸르나 두번째 이야기

하피즈 2009. 1. 10. 17:23

솔직히 말한다면 푼힐 정상도 너무나 힘겨웠다.

 

가장 높이 오른 산이라곤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 지리산 천왕봉 정상이 고작...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 가는 길이 끔찍했던 기억 때문일까? 

 

이 이후로 산이라곤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달나라 만큼 먼 나라 이야기였던 히말라야의 언저리에 기웃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미친 짓이었다.

 

가끔 나의 대책없는 무모함에 자신조차 질리곤 한다.

 

이렇게 될대로 되라는 식의 막사는 버릇은 아마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 같다. 

 

 

 

뜨거운 아침 햇살을 뒤로 하고 푼힐정상에서 내려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로 가는 길 중 가장 힘들다는 촘롱 코스가  기다린다.

 

해발 3,200미터의 푼힐정상에서 촘롱까지 무려 1,300미터를 다시 내려와야 한다.

 

기운 빠지는 일이다. 다시 올라가야할 높이이기 때문이다.

 

결국 동행했던 j는 푼힐에서 포기했다.

 

 

 

 다랑이 논들이 끝도없이 산비탈을 에워쌌다.

 

풍요의 여신이라는 안나푸르나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선 2모작은 기본이다.

 

다랑이 논들 사이 사이에 마을들이 점점히 박혀있다.

 

거의 반나절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차도 없고 그 흔한 자전거도 쓸모없는 이곳 온전히 튼튼한 두 다리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고래빠니로 돌아오자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시래기를 널고 있었다.

 

 

 

 

아침 나절 햇살이 눈부실 때 삶아 놓은 푸성귀를 말리고 비가 오는 오후 무렵에 거두어야 한다.

 

시래기를 평상에 늘어놓으며 사는 건 어디다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리산 산 중턱의 마을이나 안나푸르나 산기슭의 사람들이나...

 

 

햇살에 그을린 아이들...

 

 

 

 

 

아이들의 손에 새 연필이 쥐어져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이 연필은 바로 앞서갔던 한국 여행자가 주고 간 것이었다.

 

 

 

누워서 마을 회의를 하는 주민들... 

 

 

 

개울 한곳을 막아 물레방아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곡식을 빻고있는 여인

  

 

마을과 마을 사이의 길은 보통 계곡과 계곡 사이에 가파른 돌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촘롱에서 다음 목적지인 지누까지는 무려 500여 미터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