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라다크

신부 하나에 신랑은 둘?... 인도식 결혼 풍경

하피즈 2009. 1. 15. 14:21

 

인도 북부 지방 마날리... 라다크로 가는 길목인 휴양도시이다. 인도가 한창 더운철인 5월부터 7월까지 마날리는 인도인들은 한 여름의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이곳은 사철 서늘하고 몬순 시즌에도 비가 적게 내려 여행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발 5,000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준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인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마날리 북쪽 히말라야에서 산중에서 만년설이 녹은 물들이 강을 이루며 마날리로 흐르고 강 양편에 골짜기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침엽수들로 가득하다. 바람이 불 때 마다 울창한 침엽수림에서 퍼진 상쾌한 숲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마날리를 인도의 알프스라 부른다.

 

 

 마날리 침엽수림

 

여름 한철 성수기 때면 거리에 반은 이곳을 여행 온 인도인들과 외국 여행자들이 차지한다. 나머지 반인 주민들도 구성이 다양하다. 인도인의 주류를 이루는 아리안에서 서쪽 잠무지방에서 온 이슬람들, 라다크와 티베트, 네팔 등지에서 흘러 온 몽골리안까지 각기 다른 인종과 종교를 가긴 이들이 마날리에 모여 다양한 문화와 풍경을 만들어 낸다.

 

 

마날리는 버스 스탠드가 위치한 중심가를 기준으로 북서쪽에는 올드 마날리가 북동쪽 산자락엔 바쉬쉿이란 마을로 여행자 밀집지역은 크게 둘로 나누어져 있다. 그 사이엔 울창한 침엽수림이 버티고 있고 침엽수림 가운데 계곡으로 강이 흐른다. 온천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북동쪽 산기슭의 바쉬쉿에 묵지만 일반적으로 시내를 오가기도 편하고  숙소와 레스토랑이 밀집한 올드 마날리에 대부분 거처를 정한다. 올드 마날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두 군데나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있는 여행지다. 그도 그럴 법한게 인도의 지독한 더위에 질린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바로 마날리이기 때문이다.

올드 마날리에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와 식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한데 뒤엉켜있어 인도인들이 사는 모습을 바로 지척에서 볼 수 있다. 운좋게 볼 수 있었던 이 날의 결혼식처럼....

 

 

예전에 한국도 그랬지만 결혼은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도 큰 잔치다. 아침부터 마을 공터에는 잔치 준비로 부산했다. 1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공터에 나와 야채와 양고기를 다듬었다. 다소 의외였던 것은 음식 준비를 하는 이들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이다. 어찌된 일인지 여자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양고기를 다듬는 인도인. 인도는 소는 물론 돼지도 먹지 않기 때문에 육류는 대부분 양 아니면 닭이다.  

 

 

거대한 놋쇠 가마솥에 옥수수와 커리 넣고 끓인다.

 

 

마을 남정네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공터 뒷편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본격적인 결혼식을 알리는 신호다.

 

 

꽃으로 장식한 아치가 고샅 어귀에 세워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려나왔다. 혼례가 시작되는 신랑의 집이다. 이십 여명의 사리를 입은 인도 여자들이 흥겨운 풍물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나팔과 북을 든 악사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마을 남정네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여자들은 한껏 치장한 화려한 옷을 입고 잔치를 즐긴다.

 

 

우렁찬 나팔 소리와 함께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등장할 차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신랑의 집 쪽으로 집중되었다.

 

 

 

 

드디어 신랑과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사뒤를 신랑 쪽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뒤를 따랐고 바로 이어 화려한 금빛 장식이 빛나는 면사포를 쓴 신부와 연한 비둘기 색 정장을 차려입은 신랑이 10루피 짜리 지폐를 옷 위에 주렁주렁 달고 나타났다. 공작이 화려한 깃털 장식 대신 돈으로 치장한 것과 같은 차림새였다.

 

 

역시 화려한 인도 전통을 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신랑과 신부 주위를 에워싸고 잔치의 흥을 돋우웠다.

 

 

북을 치는 고수

 

 

 

 

신랑과 신부의 모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은 똑같은 스타일의 정장을 입은 신랑이 둘이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두 사람은 형제처럼 쏙 빼닮았다. 그러나 신부는 분명 하나.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어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지만 그저 두 사람 다 신랑들이라는 말 밖에는 들을 수 없다. 

지금은 인도에 속한 마날리 북쪽의 라다크에서는 형제가 한명의 신부를 맞아 결혼하는 일처다부의 풍습이 있다. 형제 중 한 명이 장사를 떠나 몇 개월간 집을 비우면 남은 형제가 집안 일이나 농사를 하고 한명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 장사를 나갔던 형제 중 한 명이 돌아오면 아내는 오래동안 집을 비웠던 다른 남편과 한 방을 쓴다. 그리고 다음번 장사는 집을 지켰던 형제가 나가는 것이 순서다. 그들 사이에서 아이가 생겨도 굳이 누구의 핏줄인지 중요하지 않다. 태어난 아이에겐 두 사람다 모두 아버지인 것이다. 한 아내에게 두 남편이 있는 것 처럼... 한 아내를 둘러싸고 분란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라다크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아마도 마날리의 이 결혼식의 두 명의 신랑도 한 명의 여자를 맞이해 장가를 가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흡족한 표정의 신랑의 부모

 

 

 

아마 조카뻘 되는 아이로 보인다. 역시 10루피짜리 지페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결혼 하객들은 마당에 주저앉아 준비한 음식을 먹고.... 물론 우연히 구경나온 낯선 이방인에게도 아낌없이 음식을 베푼다. 뿐 만 아니라 밤새 껏 열리는 잔치에도 초대를 받았다.

 

 

마을 주민들... 삼삼오오 앉아 결혼식을 구경하고 있다.

 

 

 

 

 

역시 잔치에는 춤과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다소 쑥스런 표정의 신랑과 신부...

 

 

 

 

오랜만의 볼거리를 구경나온 동네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