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의 어부, 이사
세상에는 여러 희망이 있다. 이룰 수 없는 꿈도 혹은 반드시 이루어 내는 꿈도 있다.
그 중에는 꿈을 꾼다는 것, 그 스스로 희망이 되는 것도 있다.
실현 가능한 꿈인지 아닌지 잰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그런 희망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아프리카다....
다카르 해변
연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뜨거운 대지를 식혀주는 대서양 연안의 다카르...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에 하나라고 하지만 가난과 실업, 질병이 여전히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곳이다.
아프리카의 파리라는 낯 간지러운 찬사가 무색할 정도로 도시는 매연과 오물, 형편없는 도로와 주거환경으로
여행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래도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혹은 돈을 벌기위해 수도 다카르로 물려든다.
다카르 시내
개발 경제 시대 때 서울 그랬듯 세네갈 인구의 1/5이 사는 이 도시는 주택난과 실업, 각종 쓰레기와 자동차 매연과
교통체증으로 심한 열병을 앓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과 하루 벌이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잡상인들로 가득하다.
이들이 파는 물건들은 전화카드, 과일과 땅콩, 신문, 주전부리 등이다.
차가 잠시 정차하면 어김없이 이들이 몰려들고 차에 탄 사람들도 길거리 물건을 사는 데 익숙한 표정이다.
거리에는 낡은 차들이 누런 흙먼지를 날리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를 질주하고
철공소에서 망치로 만든듯한 허술한 버스는 연신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사람들이 위태롭게 매단채 거리를 달린다.
이곳 사람들은 숨쉬기도 힘들 만큼 검은 매연을 내뿜는 폐차 직전의 차들도,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는 형편없는
도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둘 만큼 사는 것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차한 차 주변으로 몰려든 아이들
대부분의 다카르 시민들은 알록달록한 채색으로 장식한 고물 버스를 타거나 가까운 거리는 말이나 당나귀가 끄는 마차-샤레트-를 탄다.
일본 중고차에 노란색을 칠한 택시들도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택시들은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탈 때마다 매번 흥정을 해야한다.
가까운 거리는 보통 1,000프랑세파(2,700원), 10분이 넘는 거리는 2,000~2,500프랑 세파에
흥정이 이루어지니 서민들은 좀처럼 택시를 탈 엄두를 내지못한다. 그래서인지 빈 택시를 잡기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서민의 발, 샤레트
택시 요금에서 알 수 있듯 세네갈, 특히 다카르는 유럽 뺨치는 물가로 악명 높다.
보통 중급 호텔은 최소한 7, 8만원이 넘고 시설도 형편없다.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레스토랑의 경우 한끼 식사에 최소 2,500~5,000프랑 세파(6,000~14,000원) 수준.
물론 보통 세네갈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은 이보다 싸지만 대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고
대부분의 식당들은 부유한 현지인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이 밖에 자동차 렌탈비용과 유류비 등 또한 한국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도 많다.
쾌적한 해변 리조트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계획이 아니라면
한마디로 다카르는 볼 것도 변변치 않고 물가는 비싼 여행지 중 한 곳이다.
그래도 굳이 다카르에 온다면 가볼 만한 몇 곳은 있다.
아프리카 노예무역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고레섬과 해변에 자리한 어시장 숨부즌이 거기다.
등대에서 바라본 다카르 시내
다카르에 도착한 둘째날 다카르 시내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등대로 향했다.
1864년 프랑스 인에 의해 건설된 등대 Phares de Malle는 아프리카 대륙 최서단에 위치해 있다.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인 포르투갈의 로카곶 보다 보다 경도상으로 더 서쪽에 위치한다.
아시아의 동단에서 본다면 지구의 반대편, 그야말로 세상의 끝인 셈이다.
지은지 15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이 등대는
이곳 앞바다를 지나는 배들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
가끔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학교의 어린이들이 견학을
올 뿐 등대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카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기에 이곳에
서면 대서양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다카르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다카르 시내는 10층 남짓한 고층 빌딩들이 몇 개 보
일 뿐 단층이거나 기껏해야 4, 5층 내외의 건물들이 도심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 중 유독 눈에 뜨이는 것은 등대 맞은 편에 한창 건설중인 거대한 남녀 입상이다.
얼핏 보아도 30m는 족히 넘어보이는 이 건축물은 북한에서 파견된 기술진이 짓고 있었다.
완공된 후에는 다카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지만 세네갈 인들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다.
공항이나 도로 시설도 변변치 못한 세네갈에서 막대한 정부 예산을 들여가며 별달리 쓸모도 없는
대형 조각을 만들어야 하는지 말들이 많은 것이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북한이 건설하고 있다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한국 여행자들에겐 묘한 여운을 남긴다.
다카르 시내의 중심 독립광장
다카르 시내의 중심은 독립 광장이다. 서울로 따지면 광화문 거리에 해당된다.
이곳을 중심으로 대통령 관저와 주요 관공서, 금융기관, 특급호텔 등이 밀집해 있다.
외국인과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이곳에도 역시 기념품을 파는 잡상인과 구두를 닦는 소년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광장 주변에는 점포와 레스토랑이 밀집한 혼잡한 시장이 들어서 있다.
생필품과 과일, 채소 등을 비롯해 공산품과 공예품 등을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가게는 영세하고 물건의 품질도 조악하다.
이곳 시장에서 여행자가 주의할 점은 사진이다. 비단 시장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세네갈 사람들은 카메라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손사레를 치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은 그나마 점잖은 편에 속하고
어떤 이들은 카메라만 보아도 큰 소리부터 내지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먼저 양해를 구하고 사진 촬영을 부탁해도 열에 여덟, 아홉은 돈을 요구한다.
물론 사진 촬영하려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예의겠지만 매번 사진기 셔터를
누를 때 마다 이들과 치뤄야 하는 흥정은 여행자에겐 무척 피곤한 일이다.
이들은 사진 촬영의 댓가로 보통 1,000 프랑세파(2,700원)에서 심한 경우 5,000프랑 세파까지 요구한다. 세네갈 사람들의 소득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액수임에 틀림없다. 처음에는 다카르와 같은 도시라 그런 것이겠지 나름 이해하려 했지만 시골 마을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숨부즌 해변
다카르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해변가에는 또 다른 시장이 하나있다.
바다에서 잡은 어물을 배에서 내려 바로 거래하는 어시장 숨부즌이다.
숨부즌 시장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각종 생선과 어물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상인들은 해변에 좌판을 펴고 어부들에게 산 생선을 판다.
다금바리와 돔, 장어와 민어 등 비교적 한국에서 고가에 팔리는 고급 어종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해변에서 숫불에 구운 새우와 홍합, 작은 생선들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숨부즌 어시장의 독특함은 해변에 펼쳐진 난전 때문만은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질 무렵 저녁까지 작은 배들이 쉴새없이 바다로 나가고 또 돌아온
다. 이들은 두 명에서 많게는 다섯명까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한시간 쯤 떨어진
난바다로 나가 낚시로 고기를 잡는다.
이들이 타는 배를 '피로그'라고 하는데 숨부즌 시장 바로 옆에서 피로그를 만드
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
피로그를 만드는 현장
서너 명이 탈 수 있는 피로그 한 척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일주일.
먼저 세네갈 남부 카자망스 지방에서 벤 '카이'라는 붉은 빛을 띤 나무의 가운데를 파서
배 밑창을 만들고 선수와 선미에 쓸 나무를 따로 마련해 배 밑창에 이어 붙인다.
이 카이라는 나무는 무척 야물고 단단해 짠 바닷물에도 강하고 쉽게 썩지도 않는다.
물론 그만큼 다루기도 힘들고 비싼 편이다.
배 밑창과 뱃머리와 뱃꼬리가 완성되면 다카르 지방에서 난 '님'이란 나무로
배 옆면을 올리고 그 위에 카메룬에서 가져온 쌈바라는 널판지로 옆을 댄다.
배의 골격이 완성된면 사포로 잘 다듬고 나무의 이음새에는 몰타르를 먹여 물이
들어오지 않게 방수처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배에 색을 입히면 피로그가 완성된다.
(배 만드는 작업을 거들고 있는 소년, 어부인 아버지에게 새 배를 만들어 주는 것이소년의 꿈이다)
함께 동행했던 EBS 세계테마기행 촬영팀에서 피로그를 타고 바다에 나갈 어부를 섭외했다.
어부의 이름은 이브... 그의 사촌 형 이사와 함께 다음날 아침 피로그를 타고 다카르 앞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난다.
다카르의 어부,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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