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연합뉴스)
오늘 (4월 4일) 연합뉴스를 통해 세네갈에 대한 기사 하나가 실렸다.
수도 다카르에 있는 거대한 조형물 개막식이 4월 3일 열렸다는 소식이다.
지난 2월 세네갈을 여행할 때 이 거대한 조형물은 한창 막바지 공사 중이었다.
현지 한국교민은 북한 기술자들이 세네갈 현지까지 와서 공사를 한다고 말한다.
김일성 동상이나 주체사상 탑 등 대형 조형물을 많이 만든 경험이 있어 공사를 받았다나...
어쨌든 그런 이야기였다.
호기심에 근처까지 가 보았지만 실물은 아쉽게도 비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사실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 비대한 건축물처럼 보인다.
남한은 대형 토목공사에 광분하고 북한은 대형 건축에 미치고
한국은 무슨 대형 토목과 건축의 왕국인가?
사실 뉴스에서도 소개되었지만 이 조형물은 이슬람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슬람에서 가장 경원시하는 우상 숭배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 가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의 신 '알라'와
예언자 '마호멧'을 형상화한 그림, 조각 등을 일체 볼 수 없다.
그런 우상을 만드는 행위와 또 우상을 받드는 것 자체가 진리에 어긋나며
참된 신앙의 자세가 아니라고 무슬림들은 믿는다.
현재 모든 종교에서 우상을 만들고 떠받는 것과 많이 비교된다.
게다가 이 조형물에 등장하는 남녀가 거의 반나 차림이니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에게
좋게 보일리 없다. (참고로 세네갈 사람의 90%는 무슬림이며 종교자인 '마라부'는 절대적 귄위를 갖고 있다.)
어쨌든 현 세네갈의 대통령 압둘라예 와드는 자신의 재임 기간 내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기 원했고
그 결과 자유의 여신상보다 4m 더 큰 50여m짜리 큰 대형 조각상을 만들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노예 수출의 비극적 역사를 가진 세네갈이 대서양을 건너편
흑인 노예의 피를 빨아먹으며 유일무이한 제국으로 성장한 미국을 향해 근육질의 남성의 어깨에 앉아
힘차게 손을 뻗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제작 동기를 떠나서 매우 상징적으로 보인다.
조형물의 아이가 뻗은 손가락질(?)의 끝은 대서양 건너 자유의 여신상과 맞닿아있다.
세 명의 아프리카 가족이 등장하는 이 거대한 기념비의 이름은 '아프리칸 르네상스'다.
게다가 미국에서 '악의 축'이라 낙인찍인 '불량국가' 조선 인민 공화국의 만수대창작단이
이런 '발랄한 우상'을 만들었으니 세상 일은 참 묘하다.
미국과 일본의 '쪼기'로 가뜩이나 궁끼가 든 북한에 입장에서 2,800만 달러나 되는
초대형 인형 만들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미 많은 노하우도 쌓지 않았던가?
사실 진짜 문제는 세네갈이다....
수도인 다카르마저 누더기같은 도로와 천변에 늘어선 집들
그리고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 실업자들이 드글드글한 판에
아프리칸 르네상스를 외치려면 최소한 길이라도 제대로 깔고 집없는 사람을 위한
공공주택이라도 한 채 더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다.
다카르 서민들의 불만은 그것이다.
외국과의 농산물 교역에 독점권을 가진 힘있는 관료과 돈많은 자들은
세네갈 국민들이 모래섞인 기장과 조밥을 먹든 아이들이 흙 속에 기생충을 빨아 먹든 신경쓰지 않는다.
밥도 안되고 돈도 안되는 거대한 아프리칸 르네상스를 보며 한숨 지을 세네갈 사람들이나
멀쩡한 강바닥 파헤쳐 삽질 왕국 건설하겠다는 '국토자해공갈단'을 만난 한국 사람이나 처지가 한심스럽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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