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풍경

양수리에서...

하피즈 2010. 7. 17. 15:43

 

요즘은 '두물머리'라고 하지만 나에겐 양수리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중앙선으로 닿기 오래 전 양수리는 서울에서 해방되는 경계였고

밤 새워 술을 마셔도 용서받을 수 있는 드문 곳 중 한 곳이었으며

무엇보다 80년대 수많은 청춘들이 나에서 사회로 나가는 통과의례를

치뤄야하는 1박 2일의 현장이었다.

그들 중 몇은 전사가 되었으며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가 되었고

아주 드물게 스스로를 불살라 열사가 된 이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순수와 열정의 맹세를 했으나 지금은 거의 

그 맹세를 버리거나 아예 잊고 산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라는 말로...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뭐...애써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라느니

한강이 어떻다느니 이런 판에 박은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상수도 보호구역이지만 러브호텔과 음식점들이 하루 종일

생활하수를 쏟아내는 곳이라고 침튀겨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제는 정말 입이 아프고 질려서 말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참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남한강과 북한강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노래를 했으며 일년 내내 강을 바라보며 

금새라도 피가 철철 흐를 것 같은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아무도 북한강의 안개에 대해서 노래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살고 있다.

 

 

 

 

우리가 왜 이토록 뻔뻔하게 살고 있는지 강은 묻지 않았다.

만약 묻더라도 그런 물음에 가슴 아파하며

 반성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그런 다수가 되어  멀쩡한 얼굴로

강을 바라본다.

젊은 시절 왜 강을 보며 가슴시려 했는지

와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