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온갖 예쁜 것들을 엿먹이는 방법...다이앤 아버스를 보며

하피즈 2010. 11. 1. 12:56

세상의 온갖 예쁜 것들을 엿먹이는 방법 - Diane Arbus

 

 


1.
freak [friːk] n. C ① 변덕(스러운 마음), 일시적 기분(caprice); 변덕스러운 짓; 장난; 기형, 변종; (속어) 기형의 인간. ② (속어) 열중한 사람, ┅광(狂); 히피족; 마약중독자; (미국속어) 색골(여자).

 

 

 

 

 

2.
다이앤 아버스를 처음 만난 것은 우습게도 초등학교 다닐 무렵 이상한 것들과 기록들을 집대성한 기네스 북 한국판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조잡하게 인쇄된 그 책에는 키 2미터 40센티의 거인이 구부정하게 지팡이를 짚고 서서 노인 둘을 바라보는 장면이 담은 사진이 실려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키 큰 사람이라는 부제와 함께...

 

 

 

3.
어린 것이었던 나는 기괴하고, 이상하고, 야릇하고 때로는 혐오스런 것에 끌렸다. 기네스 북에는 그렇게 비정상적이고 괴상한 인간과 일들을 기록했고 나는 아주 열정적으로 그 속에 빠져들었다. 간혹 또래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이런저런 괴상한 얘기를 늘어놓으면 아이들은 정말? 이란 탄성과 함께 침을 질질 흘리며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 내 주변은 항상 그런 침들로 흥건했다. 

 

 

 

 

4.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괴물, freak이라 부른다. 다이앤 아버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물론 당시 누가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해서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 사진의 제목이 <유대인 거인>이며 1970년 뉴욕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에 찍힌 인물은 뉴욕 북부 브롱크스 아파트에 혼자사는 애디 카멜이라는 유태인 거인이고 옆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두 노인은 그의 부모다. 

 

 

 

 

5.
그 사진을 촬영한 1년 뒤, 아버스는 자살한다. 욕조에 반듯하게 누워 다량의 바르비투르산염을 투약한 후 동맥을 긋고...그녀의 나이 마흔 여덟이었다. 실비아 플러스처럼 아버스의 죽음은 그녀를 또 다른 신화로 만들었다. 그녀를 그녀가 찍었던 사람들 만큼이나 사람들은 또 특별하고 구별되는 존재로 만들었다.

 

 

 


6.
외삼촌은 지금은 사라진 남산 야외음악당 앞에 터를 잡은 사진사였다. 외삼촌의 목에는 늘 견본 사진이 전시된 일종의 광고판이 매달려 있었다. 나는 종종 외삼촌의 모델이 되었고 기네스북에 나왔던 ‘괴물 인간’인 된 것처럼 지독하게 싫고 어색했다.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에 담긴 표정은 어린 시절 사진 속의 내 표정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우리는 간혹 스스로 괴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6.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에는 성도착증환자, 게이, 난쟁이, 장애인가 등장한다. 소위 사회적 소수며 약자다. 싸구려 사진들은 값싼 연민과 동정의 시선으로 프레임에 그들을 담는다. 나는 그들과 같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내가 타자로서 바라볼 수 있다는 우월감으로....

 

 

 


7.
기형의, 비정상적인, 이상한 성향의 사람들이 당당하게 카메라의 렌즈를 바라본다. 그들은 명확히 자신이 사진에 찍히고 있으며 굳이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으려한다. 사진에 담긴 이미지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상해, 추해, 불쾌해... 등등 기분 나쁘고 경멸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마땅히 열등하고 구원받아야 할 대상이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낯설고 부당하다. 겉으로 전혀 내색하지 않지만 속에서 맹렬히 속삭인다. 기분 나빠...

 

 

 

 

8.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며 깊은 안도의 숨을 쉰다.

 

 

 

 

9.
다이앤 아버스는 패션 잡지 <보그>에서도 일했다. 세상에 예뻐 보이려는 것들과 예쁘게 치장하려는 것들을 무수히 찍어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런 것들에 등을 돌렸다. 다이앤은 어린 시절부터 끌리던 금지된 것, 대면하기 두려운 사람들과 장소를 찾아 코니아일랜드, 휴버트 프릭 박물관의 괴짜와 기형인들, 나체주의자 캠프, 서커스, 퍼레이드 같은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찾아다녔다.  

 

 

 

 

                        
10.
1971년. 다이앤 아버스는 자신 또한 사진에 담긴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했다.

 

 

 

11.
그녀는 조용히 속삭인다. 당신의 비밀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