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錦山 ]
보리암
.
.
.
산은 두 가지 풍경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바깥에서 산을 바라보는 풍경이고
둘째는 산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풍경이지요.
후자를 우리는 전망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깥에서 산을 바라보는 것 보다
산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전망을 더 선호합니다.
.
.
.
.
.
.
'남해 금산'은 그냥 금산이 아니라
꼭 남해 금산입니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과 헤깔려서
그렇게 부르는 것도 아닐겁니다.
경주 남산도 그런 예인데...
산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빼어나지만
산에서 바깥 세상을 바라본 풍경이
더할 나위 없어 그리 부른게 아닌가...
제 나름대로 해석해 봅니다.
그러니까 금산은 금산이 전부가 아니라
금산에서 바라 본 남해풍경도
산의 일부라는 뜻이지요.
.
.
.
.
.
.
산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비단(錦)을 둘렀다는 말을 하는가?
남해 금산은 초행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낯설지 않습니다.
한 때 문청이었던 시절에 읽은
이성복 시인의 시 '남해 금산' 때문이죠.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남해 금산'이라는 시는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왜 그럴까?...
.
.
.
.
.
.
아니 엄밀하게 말한다면
저는 시집 이름만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1986년 이 시집이 나왔고
이듬해인 87년 저는 이 시집을 샀습니다.
앞에 실린 시부터 읽어가다가
도통 무슨 소린지 몰라 처박아 두고
이후 꺼내지도 않앗던 겁니다.
남해를 다녀와 누렇게 바랜 시집을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남해금산' 이라는 시는 시집
맨 뒷장 88페이지에 실려 있었습니다.
결국 맨 뒤의 시를 읽지 않았으니
표지의 제호만 기억 났을 뿐
정작 남해 금산이라는
시가 존재했는지 조차 모르는 게 당연하지요. ㅠ.ㅠ
.
.
.
(사진모델 : 이승룡)
.
.
.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에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 <남해 금산>이성복
.
.
.
시인이 혹 남해 출신인가
약력을 살펴보니 경북 상주 출신이더군요.
당대에 이런 시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관념적이고 사적이며 반민중적이며 몰역사적이라는
비난의 칼날이 시인의 펜끝을 겨누던 시절이었지요.
시대정신이 그러했고
시인은 죽창과 같은 펜으로 무장해야 했습니다.
.
.
.
.
.
.
20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한다는
시간이 흘렀지만
적어도 금산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
여자를 따라 돌 속에 들어간 남자
여자가 떠난 후
푸른 남해 바다에 홀로 앉은 남자의 마음을
20년이 흐른 지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
.
.
버선 코를 닮아 버선바위
.
.
.
.
.
.
남해 금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금산 보리암이 보입니다.
아마도 비단을 두른 산이 아니라
산 바깥을 비단이 두른 것 같습니다.
.
.
.
.
.
.
.
.
.
.
.
.
.
.
.
더 많은 정보는 이곳에서...
.
http://tour.namhae.go.kr/main/
.
(이 여행은 남해군에서 협찬해 주셨습니다)
'여행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고래 머물다 떠납니다... (0) | 2011.11.20 |
---|---|
[남해여행]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 두 곳 (0) | 2011.11.17 |
[남해여행]고사리밭 길 (0) | 2011.11.16 |
어부림과 죽방렴 (0) | 2011.11.15 |
유배의 땅, 남해 (0) | 2011.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