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채 마르기전 거리의 촉촉함이 발끝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새벽
24시간 전 쿠알라룸푸르 중앙역 부근
플로리다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이었다.
두 평 남짓한 방에 퀴퀴하고 습기찬 침대, 그리고 무엇보다 창하나도 없는 공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 나쁜 냄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스물네시간 뒤 쿠알라품푸르 열대의 습기에 흐물해진 육신은 그렇게
이스탄불로 쫓기 듯 달아났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새벽 두시...다시 눈을 떳다.
아니 잠들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도착했을 때 준비한 것이라고는
여행 동호회에서 대충 주워들은 게스트 하우스 이름 몇개...
공항에 도착해 술탄 아흐멧 역으로 가는 동안 머리속이 새하얀 백지처럼 변해있었다.
그들은 예상보다 빠르고 민첩했다.
지치고 힘든 동양 여행자를 포획하는데는 5분도 길었다.
"헬로, 마이 프렌드~"
터키 청년 유수프는 넉살 좋게 늘 만났던 친구처럼 살갑게 다가왔다.
그의 관심사는 역시 내가 묵을 호텔....
뻔한 호객 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경 1000km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방인이 그의 속보이는 친절에 넘어갈 도리밖에는 없다.
터키인 유스프가 데려간 호텔에서는 이스탄불 신시가지가 해협을 건너 보인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전망은 좋다.
창밖으로 골든 혼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살짝보인다.
그리 감탄할 만한 풍경은 아니지만
이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채우기에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하다.
물론 쿠알라룸푸르 <플로리다 호텔>에서 호되게 당한 악몽이
호사스런 이스탄불의 첫날 밤을 미리 예정해 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침대가 세개가 딸린 Kofur 호텔, 그 나름대로의 펜트하우스에서
이스탄불의 첫 밤을 맞이했다.
하지만 새벽 두시... 잠은 오지 않았다.
주홍빛으로 물든 <아야소피아>성당은 홍등가의 교태스런 눈빛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가 새벽 4시 무렵 거리로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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