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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스탄불에서 길을 잃다

하피즈 2007. 11. 1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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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이 채 마르기전 거리의  촉촉함이 발끝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새벽

 

    24시간 전 쿠알라룸푸르 중앙역 부근 에서 짐을 꾸렸다.

 

    플로리다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이었다. 

 

    두 평 남짓한 방에 퀴퀴하고 습기찬 침대, 그리고 무엇보다 창하나도 없는 공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 나쁜 냄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스물네시간 뒤 쿠알라품푸르 열대의 습기에 흐물해진 육신은 그렇게

 

    이스탄불로 쫓기 듯 달아났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새벽 두시...다시 눈을 떳다.

 

    아니 잠들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도착했을 때 준비한 것이라고는 

  

    여행 동호회에서 대충 주워들은 게스트 하우스 이름 몇개...

 

 

 

    공항에 도착해 술탄 아흐멧 역으로 가는 동안 머리속이 새하얀 백지처럼 변해있었다. 

 

    그들은 예상보다 빠르고 민첩했다.

 

    지치고 힘든 동양 여행자를 포획하는데는 5분도 길었다.

 

    "헬로, 마이 프렌드~"

 

    터키 청년 유수프는 넉살 좋게 늘 만났던 친구처럼 살갑게 다가왔다.

 

    그의 관심사는 역시 내가 묵을 호텔....

 

    뻔한 호객 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경 1000km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방인이 그의 속보이는 친절에 넘어갈 도리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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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인 유스프가 데려간 호텔에서는 이스탄불 신시가지가 해협을 건너 보인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전망은 좋다.

 

    창밖으로 골든 혼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살짝보인다.

 

    그리 감탄할 만한 풍경은 아니지만

 

    이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채우기에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하다.

 

    물론 쿠알라룸푸르 <플로리다 호텔>에서 호되게 당한 악몽이

 

    호사스런 이스탄불의 첫날 밤을 미리 예정해 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침대가 세개가 딸린 Kofur 호텔, 그 나름대로의 펜트하우스에서  

 

    이스탄불의 첫 밤을 맞이했다.

 

 

    하지만 새벽 두시... 잠은 오지 않았다. 

 

    주홍빛으로 물든 <아야소피아>성당은 홍등가의 교태스런 눈빛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가 새벽 4시 무렵 거리로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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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다섯시 

 

   에잔이 노련한 저격자 처럼 도시를 포위했다.

 

   교태로 물든 아야소피아를 등지고 남쪽으로 향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에잔이 안개가 되어 등뒤를 밟는다. 

 

   짜고 눅눅한 바람이 언 뺨을 적셨다. 아마 바람이 불어온 쪽이 바다이리라...

 

   그곳은 검은 바다에서 마르마라를 지나 애게로 빠지는 숨통 일것이다.

 

   이스탄불은 그 숨통을 그리 쉽게 내어 줄 생각이 없었다.

 

   낯선 거리를 만만하게 본 오만은 그 댓가를 치루었다.

 

   새벽 네시 거리를 나와 한시간째, 바다를 향한 행보는 이스탄불 거리를 표류했다.

 

   새벽 칼바람이 표독스런 발톱을 드러내며 거리를 점령하자

 

   오토만 시대의 망령들이 흠� 몸서리를 친다.

 

   유령이라도 불러내자는 수작이겠지....

 

   

 

 

   '어차피 친근한 미소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어'

   

    까짓 새벽의 악령 따위 쯤이야... 스스로 위로했지만

 

    잰 발걸음은 남으로 향한 길을 재촉한다. 

 

    낯선 곳에 대한 불안은 견딜만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어차피 안전을 원했다면 집을 나서지도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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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 하늘이 파랗게 질렸다. 그 아래는 바다일 것이다.

 

    막연히 파도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며 그저 남쪽으로 간다.

 

    돌담과 돌로 포장한 길이 동로마 시대에 깔린 것일까?

 

    1453년 5월 28일 동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틴 6세가 흘린 핏자국을

 

    이곳 성벽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땅을 천년간 지배해오던 비잔틴 제국을 비탄의 나락으로 떨어드린

 

    술탄 메흐멧 2세가 맞이했던 오토만 제국의 새로운 아침을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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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 떨어진 망상에 사로잡혔을 때...

 

    소금기를 가득 품은 짠 바람이 무더기로 몰려들었다.

   

    바다였다....

 

    해안가 도로에는 등대가 보였다.

 

    언제 지어진 성벽인지는 모른다.

 

    새벽 운동을 나온 이를 따라 해안을 끝도 없이 걸어갔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여행에 목적지 따위는 없으니까 .... 오호홋... 제법 멋진 생각인걸....

 

    이럴 때 휘파람이라도 멋지게 불 수 있었다면 덜 외로웠을걸....

 

    엉뚱한 후회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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