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로나에서 22Km 남서쪽에는 푸엔테 라 레이나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그곳을 가려면 황금빛으로 물든 너른 들판을 지나 페로돈이란 언덕을 넘어야 한다.
팜플로나를 벗어나면 곧 탁 트인 벌판이 펼쳐진다.
마치 이불처럼 푸른 하늘이 이미 추수를 끝낸 들판을 감싸고 있다.
들판을 세시간 쯤 걷자 멀리 페로돈 고개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기엔 야트마한 구릉처럼 보이지만 실제 걸어보면
만만치 않은 경사를 느낄 수 있다.
페로돈 고개 능선에 줄지어선 풍차가 쉴새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순례자들을 맞이했다.
페로돈 고개 능선에 줄지어 선 풍차들
풍차를 움직이는 바람처럼 우리는 자유롭게 길을 떠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고
또 그렇게 길을 걷는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지도 모른다.
페로돈 고개 정상에 있는 순례자 상
페로돈 고개를 넘자 그림자가 점점 줄어들며 오후로 접어들었다.
다시 뜨거운 한 낮이 시작되는 것이다.
고개를 넘어 첫번째 마을인 우테르가까지는 물이 없다.
순레자들은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타는 듯한 갈증과 싸우며
한걸음 한걸음 서쪽으로 향했다.
푸엔테 라 레이나로 가는 길목엔
6개의 아치로 만들어진 중세의 다리가 놓여져 있다.
'푸엔테'란 '다리'를 뜻하는 스페인 말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북쪽의 론세스바예즈에서,
동쪽의 아라곤 지방에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 다리를 건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했다.
순례자들은 템플기사단이 만든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에서 머물곤 한다.
팜플로나에 산 페르민 축제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조금은 풀릴 수 있었다.
전혀 뜻하지 않게 소몰이 축제를 만난 것이다.
소몰이 축제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이야기를 통해서도
잠깐 소개된 바 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흥겨운 북가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2주전 팜플로나에서는 끝난 산 페르민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 것이다.
팜플로나의 축제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축제의 형식과 내용은 거의 같다.
축제는 '리아우 리아우'라 불리는 커다란 인형과 음악대의 거리 행진으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모두 힌색 상하의를 입고 목에는 붉은 스카프를 두른다.
마을 중심의 광장에는 임시로 투우장이 마련되고 매일 아침 크고
작은 6마리의 소들이 우리에서 나와 투우장과 거리르 질주한다.
마을의 주민이나 도시를 찾은 관광객들 누구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들은 소들과 최대한 근접하여 달리면서 피하며 축제를 즐긴다. 이들을 이곳에서는 'mozos'라고 부른다.
멍청한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마을 사람들은 어른, 아이고 할 것 없이 마치 이 날을
기다려 일년을 살아 온 것처럼 축제를 즐긴다는 점이다.
마을 광장에 임시로 가설된 투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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