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공로沙漠公路에 사는 사람들
아침 7시. 우루무치를 출발한 승합차는 314번 국도를 따라 텐산산맥天山山脈을 향해 남하한다. 산맥의 낮은 골을 지나 쿠얼러库尔勒를 거쳐 룬타이轮台县까지 간다. 쿠얼러에서 동서로 뻗은 톈산남로와 우루무치에서 타클라마칸 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만난다. 중국의 서부개발 사업은 1979년 완공된 투르판에서 쿠얼러를 연결하는 남장철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NHK의 다큐멘터리 <실크로드>는 이 철도가 완공되기 이전 중국 정부의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제작되었다. 쿠얼러에서 철도는 서진을 거듭해 룬타이, 쿠차, 악수를 지나 카슈가르까지 실크로드를 완전히 관통한다. 기차가 정식으로 운행하기도 전 NHK 취재팀은 전세 낸 석탄 기관차를 타고 해발 4,000미터의 철도를 달렸다. 철도 연변에는 하나같이 깔끔한 인민복을 입은 '인민'들이 우호적 미소를 보이며 일본인들을 맞이했던 시절이다.
쿠얼러에서 서쪽으로 약 150km를 더 달리면 룬타이轮台县다. 타클라마칸 사막 중심으로 남북으로 관통한 제1 사막공로沙漠公路의 북쪽 관문이 바로 룬타이다. 여기서 타림분지의 남쪽 니야尼雅까지는 꼬박 500km에 달하며 끝도 없는 사막이 길 양쪽에 펼쳐진다. 중국인들은 이 도로를 기적이라고 말한다. 일 년 내내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에서 무엇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관리하기는 몇 배나 더 힘들기 때문이다.
(노란선: 차량 이동경로, 파란선 :도보경로)
도로도 매 한가지다. 거센 모래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도로가 모래 속에 파묻힐 수도 있다. 반경 2, 3백 킬로미터 내에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도 없으니 도로가 모래에 묻히면 보수는 고사하고 아주 사소한 일에 사람의 생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사막공로
제법 굵직한 백양나무가 길게 늘어선 도로 입구에 타클라마칸 사막공로塔里木沙漠公路라고 쓰여 진 아치가 보인다. ‘황량한 사막은 있어도 황량한 인생은 없다’는 구호로 더 삭막한 기분이 드는 길 입구에서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를 세우고 볼 일을 본다. 나름대로 사막에 들어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이 곳부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막이 시작된다. 사막을 걸어가려는 사람도 없지만 만약 걷는다면 중국 공안국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일행은 그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몰랐다.
말라죽은 호양나무
도로는 보통 평지보다는 높지만 어떤 구간은 모래 언덕보다 낮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미친 듯 날리며 도로를 뒤덮기 십상이다. 그래서 도로 양편에는 어른 키 반만 한 울타리와 폭 50m정도 되는 노위蘆葦로 만든 방사림防沙林이 펼쳐진다. 모래로부터 도로의 유실을 막으려는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모래위에 심은 갈대는 모두 누렇게 말라죽어 있었다.
밤을 새워 사막을 질주하는 트럭
룬타이에서 조금 남쪽에 위치한 ‘타허’라는 마을에서 사막의 첫 밤을 맞이한다. 사막 안쪽의 첫 마을이자 사람들이 사는 마지막 동네인 타허는 사막 공로를 오가는 여행자를 위해 잠자리를 제공하고 음식을 판다. 우루무치에서 이 곳 타허까지 꼬박 750km, 새벽부터 밤까지 달렸다. 그래도 도로 사정에 비한다면 꽤 빨리 달려온 셈이다.
새벽, 난을 굽는 여인과 화덕 1
트럭의 굉음에 눈을 뜬다. 새벽 5시...잠깐 눈을 붙였다 싶었는데 어느새 아침이다. 사막을 자주 오가는 이들은 낙타를 탄 대상도 양떼를 모는 양치기도 아니다. 화물을 가득 싣고 밤낮으로 사막을 질주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그들이다.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몸을 간신히 끌고 사막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선다. 일행의 눈두덩에 벌써부터 찌든 피곤이 덕지덕지 달라 붙어있었다.
새벽, 난을 굽는 여인과 화덕 2
오아시스가 사라진 빈자리에 여관과 식당이 들어서고 새벽길을 재촉하는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 줄 난을 파는 여인이 새벽 별빛을 받으며 화덕에 불을 지폈다. 새벽의 냉기를 쫓기 위해 사람들이 난을 굽는 화덕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여인이 화덕 뚜껑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며 사막을 떠도는 이들의 어깨에 내려앉은 싸늘한 냉기를 털어낸다. 하루를 더 꼬박 달려야 목적지이자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인 호탄에 도착할 수 있다
수정방
사막의 낮과 밤을 2박 3일 동안 가로지르며 무심한 사막의 옆모습을 슬몃 엿본다. 약 8km 마다 서너 평 남짓한 푸른색 건물들이 보였다. 각기 고유번호가 붙어있는 멋없고 허름한 건물의 이름은 생뚱맞게도 수정방水井房. 인공우물-펌프-와 도로를 지키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이다. 중국 정부는 사막공로를 관리하기 위해 사람들을 사막 한가운데 이주시켰다.
66번 수정방의 주민
66번 수정방. 두 평 남짓한 이 집에도 중국 정부가 이주시킨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주변 방사림防沙林을 가꾸고 도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 기관에 연락을 해야 한다. 건물의 반은 펌프 시설이 차지하고 나머지 반을 부부가 쓴다. 침대 두 개와 낡은 흑백TV 한 대가 세간의 전부다.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부엌이 유일하게 이 네모난 공간에서 사람이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화장실조차 따로 없어 사막의 빈자리를 찾아 해결한 후 대충 모래로 덮으면 그만이다. 다행하게도 사막에는 빈공간이 제법 넉넉하다.
66번 수정방 부부와 그들의 방
이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다. 마치 외딴 암자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처럼 순수한 표정을 가졌다. 고립된 생활이 이들을 순수하게 만든 것인지 원래 순수했기에 무인도 같은 생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인지... 이들 부부는 푸른 상자로 만들어진 섬 아닌 섬에서 6개월을 살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원한다면 이곳으로 다시 들어올 수도 있다. 8Km밖 똑같은 모습과 크기의 공간을 가진 65번, 67번 수정방 주민들이 이들의 유일한 이웃이다. 그러나 수정방의 주민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밤이건 낮이건 그들에게 할당된 영토를 모래로부터 지켜야하기 때문에...사막은 잠시 길을 터주었을 뿐이다. 언젠가 이 길은 다시 모래에 파묻힐 운명을 타고났다. 그러면 이들도 이 푸르고 허름한 집들과 이별할 것이다. 밤이 찾아오자 나는 수정방에서 잠든 그들이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 상상한다. 모래의 바다에 떠있는 푸른 섬, 수정방. 밤낮으로 굉음을 뿌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화물차 소음조차 없었더라면 지구에서 가장 고요하고 외로운 존재로 살아갈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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