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남긴 흔적
허톈(호탄和田)은 실크로드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다. 쿤룬산맥이 남쪽을 버티고 있고 북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막혀있어 오로지 동서로만 왕래가 가능했다. 겨울에는 혹독하게 춥지만 여름에는 쿤룬산맥의 눈이 녹아 강을 채우고 대지는 포도와 살구, 배, 목화, 옥수수, 밀 등이 넘치는 비옥한 대지로 변화한다.
399년 중국을 떠나 인도를 여행을 떠났던 법현法顯(338~422)은 3개월간 호탄에 머물며 물자가 풍부하고 번화하며 불교가 번성하다고 기록했다. 물론 현재 주민들 대부분은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인이다. 법현은 <대당서역기>로 널리 알려진 현장보다 무려 230년 먼저 중국에서 인도로 가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은 한자로 번역했다.
법현 또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났는데 그가 남긴 말은 이 사막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 중의 하나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말할 때 누구나 법현이 남긴 말을 인용한다. 그 어떤 기록보다 빼어나게 사막의 정수를 말했기에 다소 길지만 인용한다.
"사하(沙河)에는 악귀와 열풍이 심하여 이를 만나면 모두 죽고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한다.
하늘에는 나는 새도 없고 땅에는 달리는 짐승도 없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망망하여 가야 할 길을 찾으려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고
오직 언제 이 길을 가다 죽었는지 모르는 죽은 사람의 고골(枯骨)만이 길을 가리키는 표지가 되어준다."
허톈의 명성은 상당부분 옥玉에서 비롯된다. 우윳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최상급 호탄옥은 그 값을 매기기 힘들 정도로 귀하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파키스탄이나 다른 중앙아시아 지방에서 캐온 옥들이 호탄옥으로 둔갑하는 일도 허다하다. 쿤룬산맥에서 남으로 흐른 물줄기가 카라카스 강喀拉喀什河과 위룽카스 강玉龍喀什河으로 흘러가고 다시 허톈에서 합류한다. 허톈강은 타클라마칸으로 흘러가며 조금씩 땅속으로 스미며 마른다. 호탄옥은 바로 이 물줄기에서 태어난다. .
강에서 하루종일 옥캐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온 가족이 달라붙지만 일주일 내내 헛탕치는 일도 허다하다.
사막의 강은 굽이가 작다. 깎아 낼 바위도 쌓아올릴 흙들도 없어 그저 낮은 곳을 향해 흐를 뿐이다. 거침이 없어 깊지 않고 사방의 틔어있어 모래톱은 무르고 너르다. 물길도 자주 모습을 감춘다. 땅이 건조하고 메말라 강물이 종적을 감추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게 안으로 스민 물은 대지의 깊숙한 곳을 적시거나 바다와 이어지지 않은 채 강으로서 제 생명을 다한다. 그것이 사막으로 흐르는 강의 운명이다
호탄 강은 죽은 짐승처럼 강바닥을 드러낸 채 누워 있다. 강은 쿤룬 산맥의 녹은 눈으로 태어나지만 산맥은 구름을 가로막아 일 년 내내 마른 날들이 계속되고 그런 날들에 강은 생명을 내준 산맥을 원망하며 그 속내를 드러낸 채 저리도 처연하게 누워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초목과 짐승, 그리고 인간과 대지에 모두 내어준 후 주검처럼 누워 있는 마른 강은 언제나 눈물겹다.
강이 속살을 드러낸 그 자리에 우윳빛 옥玉들이 빛난다. 옥은 끝내는 바다에 다다르지 못하고 자신을 태워버린 강이 남긴 사리다. 사람들은 강변에 까맣게 몰려와 하루 종일 강바닥을 뒤집고 옥을 캐냈다. 험악한 갈퀴질에 이곳저곳이 움푹 파인 호탄강에 소금을 품은 물들이 고여 상처를 적시고 끌어안았다. 강의 맨살을 따라 파삭한 걸음을 허위허위 옮겼다. 사막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허기와 갈증이 발목을 잡는다. 길은 종내 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며 만져지지도 다가갈 수도 없다. 사막의 바람과 침묵을 향해 저편으로 한걸음씩 내딛는다. 나에겐 그것만이 오로지 진실이다.
사막이 무섭다.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죽음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다.
끼니를 위해 밥을 짓고 추위에 버티기 위해 천막을 세우며
살아야하는 반복이 지겹고 허망했다.
침묵과 완강한 고요를 걷다 다시 돌아와 소란한 인간의 세상에서,
허물어지고 메마른 우물에서 어쩔 수 없는 희망을 다시 길어 올려야 함이 또한 두렵다.
절망도 희망도 탈색된 없음의 집이기에 무섭고 한편으로 가득 차 있기에 무섭다.
차라리 그 안에서 적막 속에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차라리 평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클라마칸은 본래 호수였다. 바람은 파미르를 넘어 혹은 북에서 텐산산맥天山山脈을 타고 남에서 쿤룬산맥崑崙山脈을 휘몰아쳐 대지와 호수를 불사른 후 마지막 남은 재가 사막이 되었다. 사막은 바람의 잔재이자 태양의 정수精髓다.
산들이 품은 우묵한 그 곳에 타림분지가 그리고 그 가운데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광막廣漠이란 말은 이 땅에 붙여야 마땅하다. 그 넓이만도 한반도의 3배가 훌쩍 넘으니 어지간한 뱃심이 아니곤 감히 이곳을 발붙이려 하지 않는다. 사막의 북쪽과 천산산맥이 마주한 경계선에 천산남로가 남쪽의 곤륜산맥 사이에 서역남로가 동서로 가로지른다. 아무도 살수 없는 그 곳,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타클라마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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