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풍경

골목의 발견... 주말 서울시내 산책

하피즈 2010. 10. 19. 10:46

 

 

 

사는 게 어지럽다면 그것을 뛰어넘는 재미도 있는 법  

 

 

골목의 정의는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입니다만

제가 아는 골목은 작은 집들이 어깨를 혹은 창문을 마주보고 있는 자리 같습니다.

많고 많은 길이 있지만

세상 어디에나 골목은 있고

그래서 흔하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골목이 정겹고  행복해 보인다고도 말하지만 

진짜 골목에 사는 사람에겐 그렇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볕이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뜨거운 한 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가파른 고개를 오르기도 해야하고

밤새 눈이 내린 아침에는 연탄을 깨서 뿌려야도 하고  

겨우 내 그늘에 얼어붙은 곳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골목에서 살다 아파트로 떠난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하는 말에 언짢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골목은

어깨에 힘 좀 주는 큰 집보다

낡고 허름하고 집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구불구불 손금처럼 그려진 길입니다.

 

 

 

 

골목 안에서 보이는 하늘이 때로는 비좁지만

하늘과 가까운 동네도 때로는 많습니다. 

비록 좁은 곳에 살지만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배우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지요.

 

 

 

 

골목이 즐거운 까닭은 거기서

진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골목에서 딱지도 치고 구슬도 치고

고무줄놀이를 하며 노래를 배웁니다.

골목의 키가 작아질 무렵 아이들은 

성장해 골목 밖 세상으로 나갑니다.

 

 

 

 

 

 

뻥! 뻥!

세상을 향해 고함도 지릅니다. 

 

 

  

 

그리고

... 

나이 먹어

키가 다시  줄어들면

골목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골목에는 유년의 꿈이 살아있습니다.

거기서 꿈이 자라기도 하고...

꿈을 키우기도 하고

 

 

 

 

사랑을 꿈꾸기도 하며...

 

 

 

 

사랑이 떠난 빈자리, 그 아픔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꿈과 사랑이 사라진

삶의 모서리에서  

무력해진 나를 바라보며 한숨 쉴 때도 있습니다.

 

 

 

 

 

 

 

세상은 살벌한 전쟁터와 같을 때도 있습니다.

오로지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는

비정함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 곳에서

우리는 그 위태로운 금 위에선 장기말일지도 모르죠. 

 

 

 

 

'보전금 30에 월세 12만원'

 

지친 육신과 영혼을 누일

지상의 방 한 칸을 위해

하루 종일 땀 흘려야 할 때도 있고 

 

 

 

 

 

지상의 오후 2시 30분...

같기도 하고

 

 

 

 

 자물쇠를 채운 미장이 김씨의 가게와

 

 

 

 

아줌마들의 푸더분한 수다가  

질펀하던 동네 미용실...

 

 

 

 

우리와 조금 생김이 다른

이들도 함께 살아야 하는  그 곳...

골....

목....

길....

 

 

 

 

서울이 아니라

은하계의 변방 같은 그 곳

골...목...

그러나 변방이라 오히려 

따뜻한 그 곳

 

 

 

 

골목은 내게

천천히 살라고

속삭입니다.

 

 

 

 

대추처럼 젊게...

 

 

 

 

꽃처럼 향기롭게...

 

 

 

 

단풍처럼 붉게...

 

 

 

 

골목은 나에게 그런 곳이기도 합니다. 

 

 

 

 

 

긴 여름날,

좌우청산左右靑山으로

긴 흐름을 좇아 역시 인생을 흘리며

한오리 가냘픈 실낱에 은린銀鱗의 약동하는 탄력이란

육감치고는 선경仙境인 것이다.

 

- 이태준 <무서록無序錄> 중 ‘낚시질’에서

 

 

 

 

상허 이태준 선생의 수현산방

 

 

 

이화동에서 명륜동까지 골목길 

 

 종오에서 출발해 작은 음식점들이 밀집한

뒷골목들을 지나 동대문 교회를 오른쪽을 끼고

성곽길...

창신동입니다.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이화동

우남 기념관을 지나

낙산공원 쪽으로 야트마한 산 길을 오릅니다.

 

 

 

 

능선을 잠깐 타다가

북쪽으로 가면 삼선동이 나오고

서쪽으로 가면

혜화역 쪽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1박 2일의 덕분인지

갑자기 유명해진 골목길을 찾는 방문객들을 보며

깜짝 놀라는(!)  

경찰의 표정도 볼 수 있고 

 

 

 

 

서울에서 제일 싼 설렁탕집

믿겨지지 않지만 한 그릇에 1000원!!!! 

주인장이 직접 담근 막걸리 맛이 더 일품이라 합니다~~~~

 

 

 

 

가난한 연극쟁이들의 꿈이 살아있는

대학로를 지나 혜화동 로터리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 곳은

정식 지명으로 따지면 아직 이화동입니다.

 

 

 

 

 

혜화동 로타리에 이르면

일요일에는 필리핀 인들이 여는

거리 시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말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필리핀 사람들은 

주말 오후를 혜화동 로터리에서 보내는 듯 합니다.

참고로 필리핀 사람들의 신앙은 대단합니다.

국민의 99%가 천주교 신자니까요...

 

 

 

 

혜화동 로터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명륜동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꺽어진

성균관 대학교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명륜당은 지금 가을이 한창이지요....  

가을 풍경 몇 장 담아봅니다.^^

 

 

 

 

 

 

성균관대학 안으로 들어가

명륜당과 비천당을 지나

와룡공원쪽으로 올라가면 다시 

서울 시내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외곽성곽이 다시 이어집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기거하던 심우당

 

 

 

능선을 하나 넘으면

서울에서 유일하게 장작불로 닭을 삶는다는

성너머집이 나오고

여기서 길을 건너 동편 마을로 들어가면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당을 볼 수 있습니다.

 

 

개조심하라는데 개는 보이지 아니 했습니다. 뻥일까요???

 

 

오밀조밀한 골목이 다시 이어지고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

 

 

 

 

계속 큰 길로 향해 더 내려가면

살고 싶은 한옥 최순우 집이 보입니다.

 

 

 

최순우집 담벼락

 

 

최순우집 대문

 

 

최순우 집에서 길을 건너 맞은편에는

상허 이태준 선생의 가옥...

 

 

 

 

동대문을 향해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한성대 역을 거쳐 낙산으로 올라갑니다.

이제 다리도 어지간히 아프고 피곤합니다.

준비한 간식을 먹고 조금만 더 힘을 내봅니다

 

 

 

 

 '학은 하악하악 울지요' 

 

 

 

 

폭력 NO!

사랑 OK!

 

 

 

 

아그네스

???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기울고...

 

 

출발지이자 목적지인 흥인지문입니다.

 

총 거리 14km

쉬엄쉬엄 5~6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