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창고 ...
지난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는 없지만 추억할 수는 있습니다.
소래습지
한 때 이곳은 바다와 육지가 서로 살을 부비는
너른 벌이었습니다.
바다와 육지에 따로 경계가 없고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죠.
언제부터인가 그 곳에 둑을 쌓고
경계가 그어졌으며
바다와 육지가 사이좋게 나누던 공간은
인간의 영역으로 변화 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메웠지요.
농사 지을 땅이 넓혀져 곡식은 풍족해졌지만
원래 거기에 살던 많은 생명들은
하나 둘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네요.
사람들은 똑똑해졌지만 점점 오만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생명 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일구던 밭들도
종종 그 자취를 감추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염전이지요.
말 그대로 옮긴다면
소금밭이긴 한데
사람들은 그 곳에서
씨를 뿌리지도
기르지도, 따거나 캐지도 않습니다.
이징가미-질그릇 조각-가 박혀있는 염전바닥
사람은 다만
바다가 남긴 것...
시간이 기른 것...
태양이 구워 낸
가장 순결한 앙금을
거둘 뿐입니다.
뭐, 그깟 소금 공장에서 만들면 된다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소금이 아니라 염화나트륨 같습니다.
저수지에서 배미까지 바닷물에 길을 터주는 갯고랑
바다를 뭍으로 끌어들여 저수지에 모으고
12칸 배미에 층층이 가두어
잘 마른 햇살 아래 그저 놔둡니다.
한 칸의 배미마다 너닷새를 기다려
한 치 만큼 얕은 아래 배미로 흘려보내고
바닷물을 서로 다른 배미를 거칠 때마다
조금씩 짜지며
더욱 진해지고 향기는 짙어갑니다.
바닷물이 꼬박 열 두 칸 배미를 거치는 동안
달은 꼬박 네 번 차고 기웁니다.
비가 오면 더 더뎌질 수도 있고
날이 가물 땐 더 바짝 마를 수도 있지요.
태양이 물기를 빨아올리고
바람이 거두어 갑니다.
소금의 짠맛은 그렇게 여물고
허옇게 익어갑니다.
소금은 바다의 정수입니다.
태양의 뜨거움과 바람의 서늘함이
소금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잘 익은 소금에는 바다의 향기가 깃듭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염전이 흔들리지요.
그런 때 좋은 소금을 얻을 수 없습니다.
물이 흔들리면
소금 알이 잘아지고 쓴맛이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금이 들 뜨는 거죠.
결장지 저장고
가장 좋은 소금은
바람이 멈춘 뜨거운 여름 한 낮에 거둬야 합니다.
갯고랑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은
마지막 가장 낮은 배미,
소금의 결정지에서 엉기고 굳어 비로서 소금이 되지요.
염부들은 소금이 엉길 때
‘소금이 온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날이 흐리고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면
염부들은 결장지의 물을
저장고로 숨깁니다.
염전 일이 힘든 까닭은 이렇게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날,
뙤약볕 아래서 여름해가 기울기 전까지
소금을 거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둔 소금일수록
알이 굵고 고요하며,
짜고 향기로운 소금이 됩니다.
바람에 따라 소금 맛도 서로 다름니다
북서풍이 따라서 오는 소금은 굵고 입자가 단단하며
동풍을 따라서 오는 소금은 밀가루처럼 곱고
남동풍을 따라서 오는 소금은 습해서 무겁고
서풍을 따라서 오는 소금은 거칠고 건조하고 푸석거리고
잔잔한 남서풍을 따라서 오는 소금만이
제대로 된 짠맛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염부들은 여름 내내 소금을 그러모아
소금창고로 옮깁니다.
지금은 바닷물이 들지 않는 소래 염전에도
이런 소금창고들이 드문드문 서 있습니다.
지금은 그 늙고 쇠락한 소금 창고에
소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 전 소금을 품고 있었던 기억 만이
고스란히 허름한 나무 틈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소금은 오지 않습니다.
소래염전, 오이도 염전, 군자염전, 시흥염전, 마도염전...
황해 바다가 드나들었던 경기만, 남양만의 염전에는
간척지와 공단이 들어섰고
간혹 습지가 되었지요.
이제 사람들을 소금 대신 습지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대단한 무엇이 있는 건 아닙니다.
소금 끼 가득한 갯벌에서도 자라는
몇가지 풀들과 게와 같은 작은 생물들...
그리고 그 것을 먹이로 하는 새들이 날아와
버려진 염전 근처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바람이 찾아와
억새밭을 흔들고 저 건너 바다로 떠납니다.
사람들도...
간혹 날아갑니다
사람들도 습지를 찾아 거닐거나
때로는 그 위를 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래습지에서 인천대공원까지 걷는 길
소래습지에서 북쪽으로 둑방을 따라
약 8km 정도 호젓한 길이 나있습니다.
걷기는 물론 자전거를 타기도 그만입니다.
걷다보면 장수천을 만날 수 있고
내를 따라 걷다가 큰길이 나오기 바로 전
오른쪽 작은 샛길로 접어들면 길은 인천대공원으로 이어집니다.
이곳에도 가을이 깊게 물들고 있습니다.
주말 오후시간에는 휴일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로
혼잡하니 가능하면 평일날 찾아볼만 합니다.
소래습지에서 인천대공원까지 걷는 길 2시간
소래습지와 인천대공원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송내역에서
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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