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장미 호수는 아름다운가?

하피즈 2011. 10. 13. 00:05

 

[ 아프리카 세네갈 장미호수 ]

 

 

 

 

장미는 향기로움, 정열, 여인 등

주로 이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37km 떨어진  

'라크 레트바Lac Retba', 즉 장미 호수도

그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장미호수는

한낮 태양에 연분홍빛 호수의 물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카르에서 37km라고 하지만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꼬박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장미 호수.

  말 그대로 핑크빛 호수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실제 호수는 아주 작은 환상이라도 

여지없이 깨버릴 만큼 삭막한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호수 주변 여기저기에 쌓여 있는 흙무더기,

호숫가 주변에 버캐처럼 앉은 정체모를 거품들,

그리고 뭔가 부지런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호수 바닥을 흙이나 모래 따위를 긁어대는 

골재 채취장, 그 자체다.   

 

 

 

 

이 호수에서 소금이 난다는 사전 정보가 없었더라면

이 삭막한 호수에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그리고 저 노인이 괭이로 긁어대는

허연색 광물질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노인 주변에도 여인과 몇몇 사내들이

부지런히 소금을 나르고 부대에 담았다.

호수에서 캔 소금을 며칠간 쌓아두고

간수를 빼서 적당히 말린 다음 부대에 담아

트럭에 싣는다.

장미 호수에서 난 소금들은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되어

주로 동물 사료나 공업용으로 쓴다.

한 마디로 그다지 질이 좋은 소금은 아니다.

 

 

 

 

장미호수는 30도를 웃돌 만큼

지독히 짠 소금 호수다.

염도가 낮으면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겠지만 이 호수에서는 그럴 필요조차 없다.

워낙 염도가 높기 때문에 소금이 저절로 결정을 맺어

호수 바닥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곳 사람들은 배를 타고 호수 가운데로 나가

바닥에 가라앉은 소금을 거두면 그만이다.

필요한 것은 작은 나룻배와 소금을 긁는 긴 장대와 소쿠리

그리고 인간의 고단한 노동이다. 

 

 

 

 

 

어느 나라나 염부鹽夫의 가장 고되고 모질다.

세네갈 장미 호수의 염부는 그 어떤 염부의

삶 보다 더 거칠고 황량하며 심지어 잔혹하다.

그들은 하루 종일 바다보다 몇 십배나 짠 호수물에

몸을 담그고 호수 바닥에 고인 소금을 맨발로 캐야 한다. 

 

 

 

 

세네갈과 국경을 맞댄 이웃국가 말리에서 온

'야야 트라우제'도 그런 소금 노동자 중 하나다.

세네갈 사람들은 장미호수에서 소금캐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

어지간해서 하지 않는다.

그렇게 부족해진 일손은 항상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채우게 되있다.

한 때는 짜디짠 소금호수에 여자들도 들어가 소금을

캐곤 했으나 낙태와 불임이 반복되면서

현재 여자들은 소금 나르는 일만 거드는 형편이다.

 

 

 

 

호수 바닥에서 소금을 받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물의 비중이 아주 높기 때문에 호수 안에서

몸의 중심을 잡기가 극히 힘들다.

그래서 장대를 호수 바닥에 깊히 박고

그것에 의지해 위치를 잡은 후

소금을 끌어모을 삼태기를 물 속에 집어넣고

  바닥에 고인 소금을 맨발로 긁어 모아

가득 채우면 배에 싣는다.

처음 거둔 소금은 마치 개흙처럼 보이지만

마르면 제법 알이 굵은 소금으로 변한다.

이렇게 해뜰 때부터 저녁까지 긁어 모아도

하루 오천원도 벌기 힘들다.   

 

 

 

 

그나마 워낙 고된 노동이라 6개월 이상 버티기도 힘들다.

야야 트라우제도 장미호수에 온지 약 3개월 째

석 달만 더 일해 장사 밑천을 마련해 

고향인 말리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말리에서 온 야야 트라우제는

장미 호수에서 소금을 캐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한 분홍빛 꿈을 거두고 있었다.  

 

 

야야 트라우제가 임시로 사는 호수 인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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