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첫번째 이야기> 길의 시작... 프랑스 St. Jacques
프랑스 생장
프렌치 까미노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생장에서 시작된다. 왜 이 마을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궁금증은 아직 풀지 못했기에 추후 다른 서적이나 관련 자료를 참조해 그 이유를 찾아 보기로 하고...
중세부터 순례자들이 먼 길을 걷거나 말 또는 나귀를 타고 산티아고로 가는 이유는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하나인 야곱의 묘가 그곳에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일종의 명분과 같은 것이고 실제 야곱의 묘가 그곳에 실제하는지 그 자체는 정작 중요치 않다. 어쨌거나 10세기 이후 많은 순례자들이 이 길을 떠났고 그들의 종적은 오늘에까지 이어져 왔다. 유럽내륙에서 남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대륙의 서쪽 끝인 산티아고는 그들에게 일종의 세상의 끝을 향한 도전이고 삶의 열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일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든 현재에도 그 같은 명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길을 걷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신앙과는 상관없이 이 길을 걷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다.
홀로 걷는다는 것은 끝없는 내면과의 대화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의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시간들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개 여행을 따나면 그 같은 시간과 마주하게 되지만 생각보다 홀로 침잠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여행에도 끊임없는 사소한 일상과 마주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디서 묵을 것인가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가, 또 무엇을 먹을 것인가 등등... 매우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 단순하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산티아고는 이런 사소한 문제마저도 최소화 시켜준다. 어디를 갈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아주 멀리까지 결정되었고 어디서 잘 것인가의 문제도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먹는 문제 또한 그렇다. 이제 남은 것은 걷느 것과 신체에 가해지는 익숙치 않은 고통을 견뎌내는 것, 그리고 남겨진 시간의 공백을 어떤 생각들로 메우는가?의 문제만 남는다.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하는 이들은 생장 북부, 즉 이베리아 반도 북쪽 파리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간혹 스페인에서 온 이들이 팜플로나를 거쳐 스페인 북부의 국경마을인 론세스바예즈를 거쳐 오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들은 소수다. 스페인 인들은 굳이 생장까지 오려하지 않는다. 팜플로나 또는 론세스바예스까지 오곤 하지만 대개 그 보다 서쪽에서 출발한다. 이미 차를 타고 온 길을 뒤집어 걸어간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닌 때문일까? 나는 물론 그 김빠진 루트를 택했다. 마드리드에서 아침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팜플로나에 도착했지만 팜플로나에서 프랑스 국경인 론세스바에즈로 가는 버스는 고작 하루에 한 대 뿐. 그나마도 이미 만석이 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팜플로나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음날 론세스바예즈로 떠나야 할 판인데 여러 서양인들이 매표구에서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론세스바예스까지 택시로 동행할 일행을 찾았다. 그는 미국 시애틀에서 온 스티브였다. 얼결에 일곱사람이 모였고 미니밴 비슷한 택시를 한 대 불러 론세스바예즈로 향했다. 동승한 이들은 나 외에 모두 서양인들이었고 국적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공통점 하나는 무두 산티아고를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점이다. 택시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동행한 일곱명 중 셋은 스페인인들로 론세스바예즈가 목적지였고 나머지 나를 비롯한 넷이 프랑스 생장이 목적지였다. 내친김에 택시운전사에게 생장까지 갈 것을 주문했고 택시 운전사는 추가 요금 40유로를 내면 생장까지 태워주겠다고 흔쾌히 응했다. 물론 네 사람은 팜플로나에서 출발한 택시를 타고 내친 김에 생장까지 달렸다. 팜플로나에서 산길을 돌고 돌아 프랑스 생장까지 두 시간 남짓... 나중에 이 길을 일주일간 걸어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에 택시에 탄 일행들은 과장된 표정으로 엄살을 떨거나 피레네의 풍경을 탄성을 지르곤 했다.
(왼쪽부터 벨기에에서 온 마리벨-뒷모습, 미국인 스티브, 영국인 빌리)
저녁 8시 반을 훌쩍 넘겨 프랑스 생장에 도착했지만 아직 어둠은 찾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10시를 넘겨야 완연한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미국인 스티브, 벨기에에서 온 여자 마리벨, 그녀와 스페인에서 만나 연인이 된 영국인 빌리,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 이렇게 넷은 먼저 순례자 증명서인 크리덴셜을 발급받기 위해 순례자 오피스를 찾았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업무를 보는 순례자오피스 닫혀있었고 9시에 다시 문을 연다. 그동안 일행은 생장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 치고는 아주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순례자를 위한 숙소-알베르게-와 식당들이 길을 떠나는 이들을 맞이했다.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 보통 3~8유로 정도면 하룻밤 묵을 수 있다. 성당 소속 알베르게는 기부를 운영되기도 한다. 알베르게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생장의 페레그리노(순례자)오피스 이곳에서 크리덴셜(증명서)를 만들어야 한다. 순례자 증명이 있어야 알베르게에서 잘 수 있다.
9시에 정확힌 문을 연 순례자 사무실에서 크리덴셜을 만들었다. 비로소 산티아고로 떠나는 여정에 실감이 난다. 이제 내일 해가뜨면 산티아고를 향한 본격적인 여정인 시작되는 것이다. 가벼운 긴장감 때문일까? 뒤늦게 몰려든 어둠처럼 잠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첫날 묵었던 생장의 알베르게 ...
생장에서 발급해 준 순레자 증명. 순례길 숙소 또는 성당, 심지어 카페나 바에서도
도장을 찍어준다. 일종에 이곳을 거쳐갔다는 증명이 된다. 길이 끝나면 이 증명의
앞뒤가 도장으로 가득찬다. 순례길 중간에 도장을 하나 하나 채워나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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