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타클라마칸 일기 6

하피즈 2010. 9. 14. 19:56

6.

 

 

 

  북쪽을 향해 걷는다. 물론 정해진 길은 없다. 오른쪽으로 사막공로를 낀 채 하염없이 태양을 등지고 걷는다. 모든 끼니는 한국에서 준비해 온 일명 ‘햇반’이라 불리는 즉석 밥과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건조 비빔밥이다. 그래도 물은 데워야 한다. 뜨거운 물을 건조 비빔밥에 붓고 밥이 불면 봉지 채 들고 떠먹는 간단한 식사다. 

 

 

 

  한국 음식이란  어지간해서는 움직이며 먹거나 지니기에 어려운 것들이 태반이다. 끓이고 숙성시키며, 졸이고 무쳐야 하는 한국 음식이 사막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장맛이 좋다고 장독을 이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요즘은 고추장 튜브가 개발되어 향수병에 시달리는 입맛을 그나마 달래주긴 하지만... (된장 튜브도 나오길 기다려본다)  유목민이 되기는 애당초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한다. 익숙해진 입맛을 버리지 않는 한...


 

 

  전편에 잠깐 소개했듯 유목민의 음식 중 꽤 입맛도 맞고 가격도 싸면서 먹기와 보관이 편한 음식이 위구르 사람들의 주식인 ‘난’이다. 난은 일종의 밀가루 빵과 같은 것으로 커다란 화덕에 불을 붙여 달군 후 안쪽 벽에 붙여 굽는다. 인도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난을 즐겨 먹지만 맛은 조금 다르다.

 

 

 

 

기르더 난

위구르인의 난은 좀 더 크고 두꺼운 편이며 이곳 날씨가 워낙 건조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물론 갓 구운 난이 맛있지만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난을 뜨거운 차나 우유 등에 적셔 부드럽게 해서 먹는 것도 별미다. 일반적인 난은 한국의 전처럼 큼직하고 납작한 쟁반 모양이지만 베이글처럼 생긴 난도 있다. 신장에서는 기르더 난이라고 하는데 양고기나 야채 등을 가운데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실재 함께 동행 했던 가이드와 중국인 기사는 밥만큼이나 난을 즐겨 먹었다.

 

 


  뚜껑을 덮고 물을 끓였지만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는 귀신처럼 집요하게 냄비 속으로 침투했고 모래의 무차별 공습에 무기력했다. 밥에선 언제나 저글저글 모래가 씹혔지만 며칠 뒤엔 모래 씹는 맛조차 익숙해진다. 해가 떠있는 아침과 낮에는 그래도 행복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 해가 떨어진 후 말 그대로 눈앞에 코마저 사라져 버린 어둠 속에서 밥을 해먹기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모래는 입으로 뿐이 아니라  눈과 코, 귀까지 사람의 구멍이란 구멍에 모래가 스며들었다. 사막에서 산다는 것은 모래와 익숙해지기다.     

 

 

 

 


사막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지구 대륙의 3분의 1은 사막이다. 차지하는 면적에 비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지역이기 때문에 사막의 진면목을 알거나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도 매우 소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막에 대한 상식은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과장된 면도 꽤 있다.

 

 

 

 

  모래 언덕이 바로 보통 상상하는 사막의 이미지다. 그러나 타클라마칸과 같은 사막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사막들은 돌산과 바위와 황무지다. 사막 중 면적이 가장 넓은 사하라도 모래로 이루어진 지역은 채 5분의 1이 안 된다.

 

  몽골 고비와 티베트 창탕은 사구들이 거의 없는 자갈투성이 황무지고 미국의 콜로라도 사막 역시 바위와 돌산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언덕이 사막의 대표적 풍경으로 기억되는 것은 사람들이 사막에 대해 기대했던 기록만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막은 곧 뜨거운 모래언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나머지 사막들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 경의 아라비아도 아르튀르 랭보의 에티오피아도 프랭크 허버트의 모래언덕-듄Dune-들도 사람들의 상상에 한 몫을 보탠다.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사막을 정의하지만 사전적 의미의 사막은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지대다.

 

 

 


  사막이 모두 뜨거운 것은 아니다. 전체 사막 중 40%만이 늘 뜨겁고 나머지는 사막들에는 겨울이 있거나 언제나 추운 사막도 존재한다. 툰드라나 그린란드도 사막이다. 한마디로 사막은 물이 결핍된 곳이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오랜 세월을 거쳐 적응을 잘한 동식물들만이 사막에서 생존이 가능하다. 사막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물이고 그래서 꼭 필요한 것도 물이다.

 

 

 

 


사막에서 하루에 필요한 물의 양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물은 짜다. 그 물로 얼굴을 씻으면 허연 소금 더께가 앉는다. 물이 흔한 곳에 살던 사람들은 사막의 물에 적응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런 물마저도 절실한 곳이 사막이다. 사막에서 한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성인이 보통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음식물을 포함-2~3리터다. 무더운 사막에서 걸어야 한다면 땀으로 인해 증발하는 수분 때문에 그 양을 급격하게 늘어난다. 섭씨 35도 기온에서 하루 평균 8시간 도보를 한다면 1인당 최소 4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사막과 같은 고온 건조 지역에서 땀으로 소비되는 수분의 양은 생각보다 크다. 섭씨 38도에서 한 시간당 300g의 수분이 피부를 통해 빠져나간다. 당연히 온도가 높고 건조할수록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증발한다.

  수분이 모자라게 되면 피의 점도가 높아지고 정상적 순환을 위해 심장은 더 빨리 뛰어야 한다. 사람의 몸에서 10%의 수분이 빠져나가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15%가 빠지면 죽는다.

 

 

 

 

  사막에 사는 동물들은 스스로 몸 안에서 합성하기도 하고 음식이나 공기 중에 포함된 습기를 빨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막에서 사는 낙타와 같은 동물이 대표적이다. 낙타는 무려 17일 동안 물 없이도 살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한 번에 100리터 이상의 물을 마실 수도 있다.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마신 여분의 물은 등의 혹 안에 지방으로 저장된다. 물이 없는 지역에서 풀로 수분을 섭취하고 모자란 양은 혹의 지방을 분해해 보충한다.

 

 

 

 

  낙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목민들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로도 사막에서 살 수 있다. 이들은 매일 차로 일정한 양의 물을 조금씩 나누어 마신다. 이렇게 마시는 방식이 갈증도 덜하고 몸 안에 머물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오줌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 유목민의 옷들도 체온의 급격한 변화와 불필요한 수분의 소모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어막이라 볼 수 있다. 

 

 

 

 

  낙타와 같은 일부 동물을 제외한 몸집 큰 포유류들은 물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도 역시 마찬가지다. 극단의 경우 사막에서 인간이 물을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도 물론 있다. 첫째 자신의 오줌을 마시는 것으로 한 두 번은 가능한 일이다. 소변이 나올 때까지만...

 

 

 

 

두 번째는 식물의 뿌리 밑을 파헤치거나 거기서 뿌리나 잎에서 수분을 얻는 방법이다. 물론 나무나 풀의 뿌리를 찾아 땅을 파헤치다보면 언젠가 물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먼저 기력이 빠져 죽게 될 것이다.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에서 물기를 섭취하는 방법도 사막 식물의 구조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낙타와 같은 억센 혀와 입술을 가졌다면 모를까...

 

 

 

 

 

  세 번째 방법은 다른 동물의 체액이나 피를 통한 수분섭취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사막에서 인간이 맨 손으로 단 한 마리의 쥐도 잡을 수 없다는 명백한 한계를 우선 인정해야 한다. 쥐보다 큰 짐승은 말할 것도 없다. 아주 요행히 정말 운이 좋아서 여우나 두더지의 굴 앞에 기다려 그것들을 잡았다고 가정하자. 그것들의 생피를 마실 수 있다면 그는 인간이 이미 아닌 야수다. 결론은 사람은 사막에 갈 때 마실 물을 채운 물통이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물 만 짊어지고 사막을 걷는다면 사흘이나 나흘 치 물이 고작이다. 물론 더 오랜 기간 갈증을 참을 수는 있겠지만...   


  매일 아침 걷기 전 2리터의 물을 챙긴다. 아침부터 걷기 시작해 점심을 먹고 해지기 전까지 걷는 데 필요한 물이다. 나중에는 그것도 무거워 1.5리터로 한 낮을 버틴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사막에서 물은 생명 그 자체다.   


* 참고로 질문란에 이와 관련하여 <사람이 오래 걸을 수 있는 이유>를 올려놓았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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