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네 벗은 몸을 보여줘! - 야마우치 슌

하피즈 2012. 6. 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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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마우치 슌을 만난 건

쿠바 아바나에 들어 온 첫날

호아끼나 까사에서 였다.

슌은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끈으로 질끈 묶고

몇 가닥 되지도 않는 수염을

길렀으며

신밧드 바지-일명 똥싼 바지-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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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일본 장기 여행자의 패션이다.

왜 그런 차림을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일본 장기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인도 거지처럼 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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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내가 도착했을 때

여행자라고는

나와 일본 여자 나오미 그리고 야마우치 슌 밖에

없었다!!!

내 취향이야 어쨌든

우린 친하게 지내야 한다!!!

이런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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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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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 쪽이 바로 그 분이다.

슌은 댓바람 부터 나에게

AV가 있냐고 물어본다.

(고매하신 분은 오디오 비디오의 약자로 알고 계시겟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선 야동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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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AV매니아니

새로운 작품?이 있으면 바꿔보자는 뜻이다.

아니, 이 녀석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임마 그런 건 집에 소중하게 보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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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그 녀석은 웃고 있지만

내 심기는 보시다시피 그다지 좋지 않다. ㅡ,.ㅡ;;;

그런데 이 눈치 없는 녀석이

내가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가서 다시

아바나로 북상하겠다니 저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

즉, 자칫하면 이 녀석과 쿠바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할 공동 운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아! 신은 왜 나에게 이런 가혹한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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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숙소에서 슌, 나오미, 크리스티앙(독일), 스웨덴 여자 두분 (엄청 마셔서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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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무려 12시간 밤차를 타고 슌과 나 그리고 나오미는

산티아고 데 쿠바로 향했고 거기서

하루를 보낸 후 나와 나오미는

슌을 버리고(!) 바라코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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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라코아에서 3일을 보낸 후

다시 산티아고 데 쿠바로 돌아왔을 때

그 녀석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너 참 질기다!!!

방에는 소주맛 나는 싸구려 하바나 클럽...

빈 술병 몇 개가 널부러져있고...

그 동안 뭐 하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냥 산티아고가 좋아서 머물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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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난 또 슌을 버리고(!)

다음 목적지인 까마구에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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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똥싼 바지를 입고 아바나 거리를 배회하는 슌과 케이코(힌색 모자 쓴 일본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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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 5일 뒤

다시 아바나로 돌아왔을 때

호아끼나 까사에 그 녀석이

먼저 와있었다!!!

아, 이 정도면 질긴 인연이다...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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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을 썼지만

우리는 서로 따로 놀았다 ^^

그러나

저녁 때 까사에 모여

술은 함께 마셨다.

알고보니 슌은 아침부터

하바나 클럽을 홀짝대는

진정한 모줏꾼이었다.

처음으로 그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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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는 타라와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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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바닷가재를 든 쿠바인이 까사를 찾아왔다.

단돈 1쿡(1200원)에 바닷가재 한 마리,

랍스터를 10마리만 사달라는

해물 세일즈 맨이었다.

주저없이 호아끼나 아줌마 다섯 마리

우리(나와 슌, 타라) 다섯 마리

비품 랍스터를 사이좋게 구매했다.

본의 아니게

캐러비안 해를 떠돌던 바닷가제는

우리 뱃속으로 들어올 운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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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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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기서 새로운 등장인물 타라를 소개한다.

타라를 처음 본 건 바라코아의 한 까사에서 였다.

워낙 에스파뇰을 유창하게 해서

쿠바에 남자를 만나 눌러앉은 일본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타라 역시 여행자..

나이는 무척 조숙해 보이지만 불과 스물 둘

출신은 네팔이지만 국적은 일본인

주 거주지는 미국...

주로 쓰는 언어는 잉글리쉬, 니혼고, 에스빠뇰, 네팔 힌디...

아! 이건 뭐...

왜 그렇게 살게 되었냐고 했더니

부모(일본인)가 모두 레드 크로스, 적십자 직원이라

네팔 산골에서 자기를 낳았다나?

(나도 적십자 회비 꼬박 꼬박 낸다.

크리스마스 씰도 엄청 샀단다)

우에뜬 이 분도 참 글로벌 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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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게 바닷가재를 보여주는 슌(옷 쫌 입어라!!! 이 분은 늘상 이렇게 벗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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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은 그렇게

바닷가재 스파게티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글로벌하신 타라양이 칼을 잡고

나는 그녀 옆에서 마늘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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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바닷가제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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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은 바닷가재를 처음 먹어본다고

완전 해벌쭉이다.

촌 놈!

(나도 사실 처음이었지만 끼니 때 마다 조석으로 먹어본 척 했다...ㅡ,.ㅡ;;;)

ㅎㅏ긴

가난하기 짝이 없는 여행자의 식탁에

야매로 들어온 바닷가재가 아니면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는가?

맛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게살을

먹는 맛이랄까?

뭐 그다지...

ㅎㅎㅎ

바닷가재와 더불어

하바나 클럽으로 쿠바 리브레도 한잔 쭈욱!!!

얼근하게 술이 오르자

슌은 여행 다닐 때 마다

자신의 알몸을 사진으로 찍어 남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뻥 치지마 쨔샤!

그랫더니...

페이스 북에 올린 사진을 보여준다.

이런 헨따이 같은 녀석!!!

하긴 매일 타라와 일본 AV가 어떻고

성인 망가가 어떻고 떠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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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슌은 거금 7쿡(8000원)을 주고

빨강 클래식 카를 빌렸다.

슌이 아바나를 떠나기 하루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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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와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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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타라는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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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모로 요새 인근...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

슌은 차를 세웠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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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옷을 벗고

아바나 시내을 배경으로

엽기적 행각을 벌인다.

주의!!!

심신 노약자나 비위가 약하신 분은

스크롤을 내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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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차 안에서

남김없이 옷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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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장소를 골라

포즈를 취한다.

특별한 룰은 없지만

최소한 XX는 보여주지 않는다나...

누군들 보고 싶겟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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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교수의 딸 김미루인가 하는 사진가가

세계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누드를 작품으로 남긴다더니

내 곁에도 그런 인물이 나타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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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맹랑한 건 타라다.

대체 어딜 보는거니?

어쨌든 이 날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나는 슌과 공범이 되어

공공장소 풍기문란 및 음란외설 공연 행위를 벌였다.

내가 찍어 준 슌의 음란한? 포즈들은

그의 패이스 북에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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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날

느낀 점이지만

야외에서 홀딱 벗는 건

의외로 상쾌하고 매우 건전한(?)

느낌이 든다.

자연과 교감을 하는 느낌이랄까?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재 해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기회가 되면 누드 비치에

꼭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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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

고맙다.

너의 벗은 몸은 밸로였지만

사회적 금기 또한 밸 것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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