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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마우치 슌을 만난 건
쿠바 아바나에 들어 온 첫날
호아끼나 까사에서 였다.
슌은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끈으로 질끈 묶고
몇 가닥 되지도 않는 수염을
길렀으며
신밧드 바지-일명 똥싼 바지-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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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일본 장기 여행자의 패션이다.
왜 그런 차림을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일본 장기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인도 거지처럼 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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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내가 도착했을 때
여행자라고는
나와 일본 여자 나오미 그리고 야마우치 슌 밖에
없었다!!!
내 취향이야 어쨌든
우린 친하게 지내야 한다!!!
이런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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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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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 쪽이 바로 그 분이다.
슌은 댓바람 부터 나에게
AV가 있냐고 물어본다.
(고매하신 분은 오디오 비디오의 약자로 알고 계시겟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선 야동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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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AV매니아니
새로운 작품?이 있으면 바꿔보자는 뜻이다.
아니, 이 녀석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임마 그런 건 집에 소중하게 보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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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그 녀석은 웃고 있지만
내 심기는 보시다시피 그다지 좋지 않다. ㅡ,.ㅡ;;;
그런데 이 눈치 없는 녀석이
내가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가서 다시
아바나로 북상하겠다니 저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
즉, 자칫하면 이 녀석과 쿠바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할 공동 운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아! 신은 왜 나에게 이런 가혹한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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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숙소에서 슌, 나오미, 크리스티앙(독일), 스웨덴 여자 두분 (엄청 마셔서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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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무려 12시간 밤차를 타고 슌과 나 그리고 나오미는
산티아고 데 쿠바로 향했고 거기서
하루를 보낸 후 나와 나오미는
슌을 버리고(!) 바라코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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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라코아에서 3일을 보낸 후
다시 산티아고 데 쿠바로 돌아왔을 때
그 녀석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너 참 질기다!!!
방에는 소주맛 나는 싸구려 하바나 클럽...
빈 술병 몇 개가 널부러져있고...
그 동안 뭐 하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냥 산티아고가 좋아서 머물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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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난 또 슌을 버리고(!)
다음 목적지인 까마구에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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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똥싼 바지를 입고 아바나 거리를 배회하는 슌과 케이코(힌색 모자 쓴 일본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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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 5일 뒤
다시 아바나로 돌아왔을 때
호아끼나 까사에 그 녀석이
먼저 와있었다!!!
아, 이 정도면 질긴 인연이다...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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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을 썼지만
우리는 서로 따로 놀았다 ^^
그러나
저녁 때 까사에 모여
술은 함께 마셨다.
알고보니 슌은 아침부터
하바나 클럽을 홀짝대는
진정한 모줏꾼이었다.
처음으로 그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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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는 타라와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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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바닷가재를 든 쿠바인이 까사를 찾아왔다.
단돈 1쿡(1200원)에 바닷가재 한 마리,
랍스터를 10마리만 사달라는
해물 세일즈 맨이었다.
주저없이 호아끼나 아줌마 다섯 마리
우리(나와 슌, 타라) 다섯 마리
비품 랍스터를 사이좋게 구매했다.
본의 아니게
캐러비안 해를 떠돌던 바닷가제는
우리 뱃속으로 들어올 운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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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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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기서 새로운 등장인물 타라를 소개한다.
타라를 처음 본 건 바라코아의 한 까사에서 였다.
워낙 에스파뇰을 유창하게 해서
쿠바에 남자를 만나 눌러앉은 일본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타라 역시 여행자..
나이는 무척 조숙해 보이지만 불과 스물 둘
출신은 네팔이지만 국적은 일본인
주 거주지는 미국...
주로 쓰는 언어는 잉글리쉬, 니혼고, 에스빠뇰, 네팔 힌디...
아! 이건 뭐...
왜 그렇게 살게 되었냐고 했더니
부모(일본인)가 모두 레드 크로스, 적십자 직원이라
네팔 산골에서 자기를 낳았다나?
(나도 적십자 회비 꼬박 꼬박 낸다.
크리스마스 씰도 엄청 샀단다)
우에뜬 이 분도 참 글로벌 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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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게 바닷가재를 보여주는 슌(옷 쫌 입어라!!! 이 분은 늘상 이렇게 벗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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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은 그렇게
바닷가재 스파게티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글로벌하신 타라양이 칼을 잡고
나는 그녀 옆에서 마늘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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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바닷가제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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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은 바닷가재를 처음 먹어본다고
완전 해벌쭉이다.
촌 놈!
(나도 사실 처음이었지만 끼니 때 마다 조석으로 먹어본 척 했다...ㅡ,.ㅡ;;;)
ㅎㅏ긴
가난하기 짝이 없는 여행자의 식탁에
야매로 들어온 바닷가재가 아니면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는가?
맛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게살을
먹는 맛이랄까?
뭐 그다지...
ㅎㅎㅎ
바닷가재와 더불어
하바나 클럽으로 쿠바 리브레도 한잔 쭈욱!!!
얼근하게 술이 오르자
슌은 여행 다닐 때 마다
자신의 알몸을 사진으로 찍어 남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뻥 치지마 쨔샤!
그랫더니...
페이스 북에 올린 사진을 보여준다.
이런 헨따이 같은 녀석!!!
하긴 매일 타라와 일본 AV가 어떻고
성인 망가가 어떻고 떠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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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슌은 거금 7쿡(8000원)을 주고
빨강 클래식 카를 빌렸다.
슌이 아바나를 떠나기 하루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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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와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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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타라는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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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모로 요새 인근...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
슌은 차를 세웠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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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옷을 벗고
아바나 시내을 배경으로
엽기적 행각을 벌인다.
주의!!!
심신 노약자나 비위가 약하신 분은
스크롤을 내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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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차 안에서
남김없이 옷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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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장소를 골라
포즈를 취한다.
특별한 룰은 없지만
최소한 XX는 보여주지 않는다나...
누군들 보고 싶겟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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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교수의 딸 김미루인가 하는 사진가가
세계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누드를 작품으로 남긴다더니
내 곁에도 그런 인물이 나타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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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맹랑한 건 타라다.
대체 어딜 보는거니?
어쨌든 이 날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나는 슌과 공범이 되어
공공장소 풍기문란 및 음란외설 공연 행위를 벌였다.
내가 찍어 준 슌의 음란한? 포즈들은
그의 패이스 북에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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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날
느낀 점이지만
야외에서 홀딱 벗는 건
의외로 상쾌하고 매우 건전한(?)
느낌이 든다.
자연과 교감을 하는 느낌이랄까?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재 해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기회가 되면 누드 비치에
꼭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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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
고맙다.
너의 벗은 몸은 밸로였지만
사회적 금기 또한 밸 것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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