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 쿠바 ] 나는 댄서다!

하피즈 2012. 6. 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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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나는 댄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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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꼰 앞에서 춤추는 남녀 /아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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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거리 어디를 가던 음악과 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시쳇말로 쿠바에 오면 음악과 춤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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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댄서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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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온 첫 날 나는 운 좋게도

한국에서 온 댄서 M을 만났다.

댄서라고 하니까 야릇하게 가재미 눈을 뜨고

므흣한 시선을 보내는 남정네들이 혹시나 있을까 하여

덧붙이건데 M은 춤꾼이자 춤 선생이고 

춤 하나를 위해 남미를 6개월간 여행하는 여자다.

그녀와 운 좋게 쿠바에서 제법 잘 나간다는 

호텔 플로리다 1층 살사바를 찾았다.

물론 춤맹이자 몸치인 나는 구경만...

이 날 나는 생애 처음으로 춤추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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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이 마지막 날

또 아바나에서 내노라하는 춤 꾼들이 모인다는

비에하 거리의 바 <1892>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M을 잘안다는 한국의 남자 여행자와 함께...

사교?춤이라곤 어설피 배운 땅고 밖에 모르는 내가

(그것도 남미 여행을 위해 배우다 포기한 것)

쿠바 여행을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끝낸 것이다.

필시 하늘의 계시임에 분명해 과테말라에서

에스파뇰과 살사를 배우기로 작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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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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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는 스페인 여행을 할 당시

그라나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강렬하고 빠른 스타카토의 리듬과

힘이 넘치는 댄서들의 동작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던 춤.

애절하고 구슬프기까지 한 집시의 노래와 

스패니쉬 기타,

무희의 발 뒷굽에 팡팡터지는 박자들이

내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을 

쏟아지는 듯한 절정감을 맛보게 했다.

무희의 춤이 끝났을 때

마치 내가 무대에서 춤을 춘 것처럼 

가슴이 요란하게 두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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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는 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이 얼마나 춤을 잘 추는가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다만 춤추는 자들은 

그 순간 만큼은

자기 인생의 완전한 주인공이 된다.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고

어느 누구와 타협하지도 않는 

온전한 내 육체와 정신의 소유자로 ...

그는 온 힘을 다해 절정으로,

무아의 영역으로 질주한다.

그렇게 춤추는 이들이 가진 영토가 

나는 부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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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육체의 지배자는 나 인가?

우리는 온 몸을 이성의 영역에서 떠나

본능에 가장 근접한 깊숙한 곳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

감히 말하건데 

춤 말고 그 영토로 갈 수 잇는 길은 없다.

백날 육법전서 펴고 디립다 파봐야

말짱 헛일!!

내 육체는 온전한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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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이 부러운 이유다.

자신감 넘치는 눈빛이

땀에 젖은 살갗과 잔뜩 긴장한 균육이...

완전한 삶의 소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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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원형질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발원했다.

그냥 날 것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것

꾸미거나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 아프리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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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들이 금과 은을 캐기위해

인디오들을 노예처럼 부렸고

그들의 90%는 결국 사라지는 비극을 맞이한다.

인디오를 대신해 이 땅에서 피를 흘린 이들은 아프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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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피에는 태고적 인간의 심장 고동이 잠들어잇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춤을 추고 북을 두드릴 줄 안다.

지상에 태언난 첫 인간과 가장 많이 닮앗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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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란 본능을 잃은 자들의 선택.

피가 끓는 대로

북이 우는 대로

몸이 가는 대로

춤이란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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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프리칸들이

산티아고 데 쿠바를 거쳐 

쿠바 전역으로 이주해 갔다.

그래서 가장 아프리카 토속적인

리듬과 춤이 많이 남아잇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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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거리에선 

아프리칸 음악에서 재즈와 쿠반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음악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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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음악에는 춤이 빠질 수 없다.

원래 음악이란 안자아서 듣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노동을 위한 것

놀이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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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와 

여흥이 되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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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 de la mu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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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셋 시간 쯤 떨어진 

바라코아 거리에서도 

밤만 되면 거리와 카페, 바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음악이 

연주되고 누구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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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놀거리가 없고 경제적 여유가 넉넉치 않은 

쿠바인들에 춤은 오로지 몸뚱아리 하나로 밤새도록 

행복하게 즐길 수 잇는 유일한 위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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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이 서툴거나 볼품이 없어도 그만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한 춤이고 기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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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발레 또한 세계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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