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자의 라면, 빠스따 pasta

하피즈 2012. 8. 24.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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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의 라면, 빠스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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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 중인 일본인 타라를 쿠바 하바나 부엌에서 고깝게 쳐다보고 있는 나.

그녀는 빠스따를 만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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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줄곧 부엌에 일본인 여행자를 

목격할 때마다 그들은 빠스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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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한결같이 충성스러운

빠스타에 대한 애정을 목도하며

"일본인들은 정말 이태리 요리를

사랑하는구나..."

더 나아가

"시오노 나나미는 그래서

그토록 로마인 이야기에 집착했구나!"

오호!!!

그렇게 오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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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인들이 빠스타를 만들때

나는 고집스럽게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했다.

입맛 만큼 보수적인 것은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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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빠스따 만들기는

이태리까지 요리 유학을

다녀온 내 친구 쉐프 박찬일 군이

전매특허 낸 일가의 비기로서

감히 나 같은 무명 소졸이 넘볼 만큼

만만한 요리가 아니라는

지레 짐작이 내 전두엽의 반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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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묘한 것은

빠스따의 요리 시간이 빠르면

18분 48초에 불과한 반면

밥 한그릇에 반찬 두 가지

일식 삼찬에도 못미치는

나의 밥상은 무려

45분 19초에 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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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들의 빠스타에 대한 애착을

눈꼴시게 훔쳐보며 빠스타가

이태리 명가의 일가의 비기가 아닌

라면보다 조금 복잡한 국수에 불과함을

통찰하는 경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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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스따 재료를 준비하는 다국적 일본인 타라와 네이키드naked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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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인본인 여행자들의

빠스따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집착은

밥에 대한 애증이 아니라

그냥 간단하고 쉽다는 것...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밥짓기가

짜증하는 '귀차니즘'에 연류된 때문이다.

'귀차니즘'으로 말한다면 본인 또한

국제사회에서 꿀리지 않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교양인으로서 과감히 그들의

선진적 사고를 받아들이기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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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라면을 끓여 자시면 되지 않소?

반문하시는 철 없는 분들을 위해

미리 초를 쳐두자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SG 논쟁에

내 건강을 임상 대상으로 실험하기도 찝찝하거니와

무엇보다

'라면은 빠스타보다 귀해서다'

무울~론!!! 더 비싸다. 

빠스따는 이미 지구촌 빈자들의

글로벌 소울 푸드가 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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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나의 빠스따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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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편적인 토마토 쏘스와 돼지고기 갈비를 곁들인 빠스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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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스따를 18분 50초 이내에 만들기 위해서는

포드 시스템과 같은 분업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물 800cc정도에 소금 한 소끔을 넣고 

큼직한 냄비 끓인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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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빠스따 주재료, 바닷가재 즉 랍스타를 들고 있는 네이키드 슌...카리브해 인근에선 이런 랍스타가 한 마리 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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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4쪽을 다지는데 3분 10초...

양파까고 토마토 껍질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두고

피망 반 쪽 씼어서 어슷한게 썰고 

팬에 버터나 식용유 두른 후

다진 마늘과 양파를 노릇하게 볶은 다음

식성에 따라 고기 종류 다진 것이나 해산물을

(가난하면 싸구려 소세지도 무방...)

넣고 달달 볶다보면 물이 끓기 시작한다.

끓는 물에 면을 한 줌 넣고 8분에서 10분 동안

삶는데...

8분 삶으면 국수의 심이 살아있는 알단떼가 되고

10분을 넘기면 푹 퍼진 짜장면 면빨이 된다.

한편...

국수를 삶는 동안

팬으로 뽁고잇는 빠스타 쏘스를 좌시하면

탄소성분이 듬뿍 함유된 빠스타를 먹을 확율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국물이 지나치게 쫄면 퍽퍽해서

먹기 나쁘니 국수 긇인 물

한 국자 쯤 넣어 자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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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삶은 국수는 채에 물기를 빼고

쏘스를 만드는 팬에 빠뜨려

센불에 살짝 볶아주면

18분 50초짜리 라면보다 조금은 복잡한

빠스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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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스따를 위해 기꺼히 솥에 몸을 던진 랍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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