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풍경

<지구에서 단 하나뿐인 하루들> 한 달 후...

하피즈 2009. 6. 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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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naver.com/plumbooks/50048026918 (플럼북스 블로그)

 

책이 세상에 나온 지 꼭 한달이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내고 블로그에 소개할 때가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도 해주시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해주셔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간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성적이 좋은 것 같습니다. ^^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 출판사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무겁고 엄중한 일이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분에 넘치는 일을 겁없이 시작한 것이지요. 

 

 

 (책의 앞뒤 표지입니다. 풀럼북스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만들었지요. 개인적으로 출판사의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업을 처음 착수한 3월에는 나름 자신도 있었고 한달 안에 원고를 끝내 보이겠다는 어설픈 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문장 한문장을 만들고 다듬어 가면서 책을 보실 분들의 편에 서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책을 쓰는 사람이기 보다는 원래는 독자이니까요.

실망스런 책을 접했을 때는 시간과 돈을 떠나 글쓴이의 생각이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사석에서는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기도 했지요.

'그런 글은 발가락으로도 쓰겠다.', '정말 요즘은 아무나 책을 내는구나'... 등등

 

한 편의 글이 완성될 때 마다 과거에 함부로 내뱉었던 나의 말들이 비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부끄러웠던 게죠. 이런 글을 과연 읽어줄 독자가 있을까? 또는 과연 이 작업이 가치있는 것 일까? 등...

그 때 이 책을 만들어 주신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더라면 아마 이 책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작업은 예상보다 보름이나 넘겨 마무리를 맺었습니다.

입 안이 바짝 마르고 잠 조차 제대로 잘 수 없던 날들 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책을 생각하며 반 쯤 깬 상태에서 침대에서 뒹굴다가

새벽 4시에 갑자기 일어나 마음에 차지않았던 문장을 손 보았던 밤도 있었습니다.

원고를 간신히 넘기고 세 차례에 걸친 교정,교열 작업 때는 정말 얼굴이 화끈댔습니다.

편집을 맡아주신 분께서 글자 하나 하나를 빈틈없이 보시고 바꾸어 보기도 하고 또 고치고...

자신의 글도 아닌 남의 글을 수 십차례씩 뜯어보는 열정에 진심으로 탄복할 따름 이었습니다.

한번도 정식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물론 이 말은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도 드리는 말씀입니다.

 

한달 뒤 무척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유명세를 탔다거나 책으로 인해 삶이 180도 바뀌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지독하게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가장 심하게 앓았지요.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병원 신세까지 져야했지요.

뭔가 이루었다는 자부심보다는 많은 회한이 남았습니다.

슬픔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병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 달을 어려운 속에 버티다 결국 다시 떠나기로 했습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이었습니다.

책같은 것은 이제 다시는 쓰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마음도 먹었었지요. 

 

떠나기로 결심한 후 항공권을 예약하고 부산에 내려 와

지금 해운대 앞바다 ...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저녁 무렵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 같은 파도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내일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 한국에서 마무리 지어야 일들과 한동안 작별을 해야할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곳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올려야 겠지요...

 

 (해운대에서 찍은 사진 몇 장들)

 

여고생 교복을 입은 여대생들...아마 추억인 듯

 

 숙소에서 바라 본 저녁 풍경

 

아주 오랜만에...이번 주말을 이용해

바람도 쐴겸 내려 갔습니다.

부산은 저와 남다른 인연도 있고 참 사연도 많습니다.

특히 부산 출신인 분들과 ㅠ.ㅠ...

제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간혹 지역 출신별로 사람 인성 등을 판단하시는 분들도 극소수 있습니다.

혈액형별 성격을 구별하는 것 만큼이나 근거없는 편견입니다.

특히 악의에 가득찬 이야기 일수록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물론 태도와 표현 방식의 말투의 차이로 인한 외형적인 구분은 가능합니다.

다혈질이다. 온순하다. 유머러스하다 등등...

이는 모두 표현과 사람과 만나는 방식의 차이 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내면은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다르고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어디에나 특정 지역 사람은 바쁘다 좋다라고 절대 말할 수 없지요.

그건 인종적 편견과 같습니다.

마치 흑인은 무조건 열등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오히려 그런 편견을 조장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라는 말이 다시금 마음에 깊이 와닿습니다.

(저는 참고삼아 서울 출신입니다...물론 윗 대로 올라가면 다르지요 ^^)

 

각설하고...  

예전엔 해운대는 참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아 그런데...지금은 비철이라 그런지

정돈도 잘되고 아주 깨끗했습니다.

미포항 부근에서 먹었던 회도 싸고...

바람이 불어서 좀 춥긴 했지만 휴일을 보내긴 아주 그만입니다.

해변에서 뒹굴대면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기엔 강추...

아니면 광안리 드라이브 코스도 그만입니다.

 

어찌했던 앞에서 말씀 드린대로 부산은 여러모로 저와 인연이 많은 곳 입니다.

길을 떠나기 일주일 전 이곳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떠난 후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아니 떠나기 전날 다시 이 글에 덧붙이기로 하겠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일년 전 제가 지나온 길을 대충 연결한 지도 입니다. 

지난 여행에서 막연히 서쪽으로 길을 떠났었다면

이번 여행은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 로카곶에서 시작해 거꾸로 동쪽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할 것 입니다.

북아프리카를 지나 다시 중동을 여행할 계획이지요. 

역시 이번 여행도 날짜를 기약하고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길을 걷는 동안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지요...

 

쓸쓸하게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 길을 떠나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2009년 6월 해운대 앞 바다에서                          

   

 저글링하는 영어강사 에디 벤처